새 학기가 시작됐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친구들과 만나 새 책을 펴들고 공부를 한다는 것. 얼마나 가슴 설레는 일인가. 이처럼 새 학기가 일제히 시작된 가운데 송지 서정초교 학생들이 맞는 감회는 남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도 그럴 것이 21년 만에 분교에서 본교로 제자리를 찾았으니, 참으로 감개무량한 일이 아니겠는가. 한때 폐교위기로까지 몰렸던 서정초교가 이처럼 기적적으로 부활한 것은 분명 교육의 힘으로 밖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서정초교의 오늘은 학교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학생들을 교육하느냐에 따라 예상치 못한 놀라운 결과를 이끌어낸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 하겠다.

서정초교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교육’하면 1990년에 개봉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떠올린다. 이는 ‘지금을 즐겨라(Carpe diem!)’고 외치던 키팅 선생의 교육철학이 그만큼 강렬한 메시지로 전달됐기 때문일 것이다. 알려진 대로 ‘죽은 시인...’은 획일화된 교육으로 학생들의 인성을 파괴하는 현대 교육의 모순을 지적한 작품이다. 영화는 1950년대 보수적인 명문 사립인 웰튼고를 배경으로, 입시 위주의 교육제도로 인해 자유를 말살당한 학생들에게 진정한 삶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키팅 선생이 펼치는 교육관을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주인공인 키팅 선생은 영화의 성공으로 억압적인 방식을 탈피해 학생들과 소통하고자 노력하는 바람직한 교사의 대표적인 캐릭터로 남게 됐다. 그는 학생들에게 이 좁은 공간에서 머물지 말고 자유롭게 벗어날 것을 권유하고, 자신이 먼저 교탁 위에 올라서는 엉뚱한 행동을 하며 이를 실천한다. 타인이 만들어준 시선으로 세상을 보지 말고, 틀을 벗어나 자신의 목소리를 찾으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키팅 선생의 가르침은 기존 교육 체제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것이었다. 키팅 선생이 학교를 떠나던 날, 학생들은 교장 선생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하나둘 자신의 책상 위로 올라가, 수업 시간에 그가 언급한 적 있는 시의 구절 ‘캡틴, 오 마이 캡틴’을 외치며 그의 가르침에 화답한다. 이 장면은 아직도 많은 이들의 뇌리에 명장면으로 기억되고 있다.

물론 영화는 영화일 뿐인지도 모른다. 더욱이 공교육이 무너졌다고 탄식하는 우리 교육의 현실에서 ‘죽은 시인...’은 하나의 유토피아와 같은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나 주위에는 남다른 교육철학을 갖고 이를 현실 교육에 접목시키려 애를 쓰는 교사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의 교육이 비난을 받는 것은 진영논리에 사로잡힌 교육계의 현실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 교사들의 개인적인 능력보다는 교사의 성향에 따라 매도되기 쉬운 것이 우리네 교육이 처한 현실이다. 이러한 경향은 선출직 교육감 때문에 더욱 두드러져 교육감의 성향에 따라 일선 교육이 혼선을 빚는 등 ‘백년대계(百年大計)’라는 말이 무색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정초교의 성공은 눈여겨볼 만하다. 농어촌의 취학 아동수의 감소로 많은 학교들이 문을 닫고 있는 현실에 비춰 볼 때 서정초교가 농촌교육의 희망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해남 교육의 미래에 대한 답을 서정초교에서 찾아보면 어떠할까.

물론 서정초교의 성공은 학생과 교사, 그리고 지역주민들 간의 삼박자가 조화를 이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교사의 열의만 있다고 해서 교육이 소정의 목적을 달성하기란 어렵다. 이를 이해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있어야 교육이 제대로 꽃을 피울 수 있다. 여기에는 서로간의 신뢰와 존중은 필수라 하겠다.

우리 문화에 대한 이해

해남교육을 경험해보지 못한 입장에서 해남교육의 현실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솔직히 자신이 없다. 하지만 해남의 교육 현실도 여느 지역과 마찬가지로 입시위주로 이뤄지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모든 일이 그렇듯 공부도 자신의 적성에 맞게 흥미를 갖고 재미를 붙여야 효과가 있다.

가령 공부가 죽기보다 싫은 학생이 있는가 하면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라고 말하는 학생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해남의 지역적인 여건을 감안할 때 대도시와 같은 교육환경을 기대한다는 것은 다소 무리일 수 있다. 하지만 해남은 해남대로의 현장학습이 가능한 많은 문화자원을 갖고 있다.

지역적으로 산재한 이러한 자원들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학생들에게는 내 고장의 소중함을 깊이 새길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학교마다 특색있는 커리큘럼을 개발해 학생들이 흥미를 갖고 공부하게끔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예를 들어 우항리 공룡화석지를 공룡학습의 현장으로 적극 활용한다면 미래의 지질학자로서 기본은 갖추게 되는 셈이다. 주위에 있는 생생한 문화의 현장을 교육에 적극 활용해서 학생들에게 그 가치를 가르쳐 주고 누구에게라도 자신 있게 내 고장을 알릴 수 있도록 한다면, 그것이 해남교육의 확실한 힘이요, 진정한 수월성(秀越性)교육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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