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8월인가, 중국 내몽골에 들어간 적이 있다. 당시의 내몽골행은 우연한 기회에 갑자기 이뤄졌다. 따라서 아무런 사전지식도 없이 떠날 수밖에 없었는데 그러한 생각지도 않았던 여행이 남들이 가지 않았던 길을 처음 개척하게(?) 된 계기가 될 줄이야. 그것은 순전한 호기심에서 비롯됐다.

 “황사 방지를 위해 사막에 나무를 심으러 가는데 같이 안가겠습니까?” 일 관계로 몇 번 만난 적이 있던 부동산 전문가가 무슨 말 끝에 이런 제의를 했다. ‘사막에다 나무를 심는다?’ 기발한 생각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그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애써 나무를 심는다 한들, 건조한 사막에서 그 나무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기나 할는지도 의문이었다. 그래도 새로운 밀레니엄을 앞두고 지구 환경의 중요성이 화두가 되다시피 하고 있을 때여서 여하튼 긍정론에 힘을 실어주기로 하고 쾌히 동행하기로 했다.

목적지는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퉁랴오시(通遼市) 나이만치(奈曼旗)라는 곳이었다. 선양(沈陽)으로 날아가 버스를 타고 가도 가도 끝없이 펼쳐진 옥수수 밭의 질리도록 환장할 풍경을 보면서 하루를 꼬박 달려 도착한 곳이 네이멍구의 관문격인 퉁랴오시였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괜찮았다.

다음날 근처 ‘선광촌(鮮光村)’이라는 조선족 마을에 들러 열렬한 환영을 받고(하지만 이러한 환영행사를 빌미로 금전적인 대가를 요구하는 것이어서 뒷맛은 씁쓸했다. 혹시라도 순수한 동포애를 기대한다는 것은 순진한 생각인지도 모른다), 목적지인 나이만치의 사막을 향해 말 그대로 오지로의 여정을 떠났다.

길가의 집들은 대부분이 토담집들로 그것도 이따금 만나는 풍경으로 슬그머니 걱정스러워질 무렵 작은 소도읍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이만치다. 칭기즈칸 시절 나이만 부족의 근거지였던 이곳에는 작고 초라하지만 어엿한 전각도 있었다. 거기엔 한때 이곳에 주둔했던 저우언라이(周恩來)를 기념해 사진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퉁랴오에서는 이곳까지 기차로 연결돼 역광장에는 황사방지 나무심기를 하러온 방문객들을 위해 악대의 연주에 맞춰 이곳 주민들의 환영행사가 있었다.

숙소에서 일어나 아침식사를 한 뒤 사막으로 향했다. 인가하나 보이지 않는 사막에 어디서 신기루처럼 나타났는지 동원된듯한 수 백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말을 타고 온 사람, 낙타를 타고 온 사람, 그리고 걸어서 삼삼오오 나무심기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나무심기는 일사불란하게 순식간에 이뤄졌다.

그리고 그냥 헤어지기가 못내 아쉬웠는지 몽골의 축제인 ‘나담’을 열어 흥겨운 볼거리를 선사했다.
가당치도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러한 식수행사는 그 후로 내몽골과 몽골의 사막지구에서 다양한 참여 속에 이뤄지고 있는 모양이다. 중국 황사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이제는 의미 있는 행사로 자리를 잡은 것 같다.

사막에 울창한 숲을 기대한다는 것은 꿈같은 일일는지 모른다. 그러나 아무런 노력도 없이 황사를 탓하기보다는 혹시 하는 마음으로 한 그루의 나무라도 심는 일이 조금은 위안이 될 것이다. 불청객인 황사가 불어오는 봄이다. 지난 2일엔 올해 들어 처음으로 중국 북부일대에 황사 경보가 내려졌다는 소식이다. 황사 소식에 문득 생각나는 나이만치 사막의 나무들이다. 아, 그때 그 나무들은 지금 잘 자라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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