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명량(鳴梁)이 있다면 일본에는 나루토(鳴門) 해협이 있다. 두 곳 모두 조류가 빠르기로 소문이 난 곳이다. ‘울돌목’이라고도 불리는 명량은 문내면 학동리의 화원반도와 진도군 군내면 녹진리 사이의 있는 해협이다. 길이 약 1.5km이며 폭이 가장 짧은 곳은 약 300m 정도가 된다. 서해와 남해가 만나는 가장 짧으면서도 좁은 수로라서 조수간만의 차에 따라 썰물 때는 서해에서 남해 방향으로, 밀물 때는 남해에서 서해 방향으로 조류가 매우 빠르게 흐른다.

사리 때의 유속이 약 11.5노트(시속 21km)로 동양 최대이다. 이를 이용하여 정유재란 당시 명량 해전에서 이순신이 이끄는 조선군이 승리했다. 물길이 암초에 부딪혀 튕겨 나오는 소리가 매우 커 바다가 우는 것 같다 해서 울돌목이라고 불린다. 이곳에 1984년 완공된 명량을 가로지르는 진도대교가 건설된데 이어 2005년 12월 15일 제2진도대교가 개통됐다

‘울돌목’이라는 공통점을 갖는 곳
 

일본의 다도해인 세토(瀨戶) 내해(內海)의 나루토 해협은 도쿠시마(德島)현의 동북부 오케(大毛)섬의 마고사키(孫崎)와 효고(兵庫)현의 아와지(淡路)섬 남서부와의 사이에 있다. 남쪽은 기이(紀伊) 수도, 북쪽은 하리마나다(播磨灘)에 접하고 있다. 폭은 1340m로 밀물과 썰물 때 조류가 격하게 소용돌이치는데, 이때 굉음을 울려 나루토(우는 해협)라는 이름이 생겼다. 세계 3대 조류로 꼽히는 나루토의 소용돌이를 더욱 자세하게 관찰하기 위해서는 배를 타는 방법과 ‘소용돌이의 길’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나루토 해협에 위치한 다리에서는 소용돌이치는 조수를 내려다 볼 수 있어 토쿠시마 현을 대표하는 관광 시설이 되고 있다. 소용돌이의 길은 오나루토 대교 밑으로 난 산책로를 말한다. 연장 약 450m이고 높이는 약 45m에 달한다. 원래 이 다리는 2층 구조로 건설되었는데 하층 부분은 철도가 목적이었다. 그리고 1985년 6월 8일에 일본 최초로 2층 구조의 철도 도로 병용 대교로 개통됐다.

그런데 오나루토 대교 개통일로부터 불과 80일 후인 1985년 8월 27일에 아와지 섬 북쪽 아카시(明石) 해협 대교를 도로 단독 다리로 건설하는 것이 결정되면서 두 개의 해협을 다리를 경유해 혼슈(本州)와 시코쿠(四國)를 철도로 왕래한다고 하는 구상은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이러한 오나루토 대교의 철도 공간을 활용해 2000년 4월 오픈한 것이 바로 ‘소용돌이의 길’이다. 소용돌이의 길 바닥에는 군데군데 강화 특수유리가 설치돼 있어 발밑으로 소용돌이를 감상할 수 있다. 10cm도 안 되는 두께의 유리가 2톤 이상의 하중을 견딘다고 한다.

이러한 명량과 나루토는 그러나 모두 같은 뜻이다. ‘명량’이라는 한자어 자체가 고유어 ‘울돌목’을 옮긴 것이다. 여기에서 ‘명(鳴)’은 ‘울 명’자이니 ‘울’과 연결되며, ‘량(梁)’은 ‘훈몽자회’ 등에 그 뜻과 음이 ‘돌 량’으로 나와 있으니 ‘돌’과 연결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돌’은 옛 가야어로 ‘문(門)’을 의미하니, 결국 ‘(물이) 우는 관문’이라는 뜻이다. 마지막의 ‘목’은 ‘골목, 길목’ 등의 그 ‘목’으로 ‘통로’라는 의미다. 삼국사기의 ‘가라어위문위량운(加羅語謂門爲梁云)’이라는 기록이 그것이다. 해석하면 ‘가라(가야)어로 문을 량(돌)이라고 한다’인데, 즉 가야어에는 ‘문(門)’이라는 한자어에 해당하는 고유어 ‘돌’이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이 두 해협 사이에는 지명에서 알 수 있듯 묘한 공통점이 있다.

회오리 물살 체험 사업에 대한 기대

해남군이 최근 열린 예산정책심의회에서 올해 새롭게 발굴한 94개 사업 가운데 ‘울돌목 회오리 물살 체험 시설’이 들어있어 눈길을 끈다. 말하자면 울돌목의 거친 물살을 관광상품화 하겠다는 것인데 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새로운 관광자원을 발굴하겠다는 생각만은 가상하다 하겠다. 그러나 예상 사업비인 7억5천만 원으로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을는지는 의문스럽다.

일본의 경우 나루토 소용돌이를 관람하기 위한 관조선(觀潮船)을 운영하고 있다. 배 값도 만만치 않아 1인당 우리 돈으로 2만 원 정도 지불해야 한다. 나루토 해협이 있는 아와지 섬은 명량 해전에 참전한 것으로 알려진 칸 헤이에몬미치나가(菅平右衛門達長)와 그의 아들로 이른바 ‘어란의 여인’과 관련해 주목받고 있는 칸 마타시로마사가게(菅又四郞正陰)의 근거지다. 미치나가는 이곳 아와지 섬의 번주(藩主)였다.

나루토의 거센 물살을 경험했을 이들이 명량에 와서 치욕스런 참패를 한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러고 보면 명량의 물살이 나루토 보다 한 수 위임이 분명해 보인다. 울돌목 회오리 물살을 명량의 스토리텔링과 연계한 관광상품으로 개발한다면 충분한 승산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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