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야무지고 똑소리나게 일 잘해. 얼마나 부지런한가 몰라. 어른들한테도 너무 잘해”

화산중학교 옆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가면 산 밑으로 부채꼴 모양으로 집들이 늘어선 마을이 나타났다. 마을 중앙에 번듯하게 지어진 경로당에 들어서자 어른들 몇 분이 다과를 하며 이야기중이다. 경로당에서 만나기로 한 이장을 기다리는 동안 모여 계신 마을 어른들에게 이장에 대해 묻자 엄지를 치켜세우며 이야기 한다.

화산면 연정리 정옥녀(여·50) 이장에 대해 이야기하는 마을 어른들의 목소리에 따뜻함이 가득하다. 이제 2년차에 접어들지만 마을 주민들이 이야기하는 정 이장에 대한 평가는 어느 베테랑 이장 못지않다.

이장을 해보라는 마을 어른들의 권유에 처음엔 망설여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장이 되기 전 6년간 화산면 부녀회 활동을 하며 여러 곳에 봉사활동을 다녔던 경험도 있으니 이제는 마을에 봉사를 해보자는 심정으로 수락했다고 한다.

이장을 맡고 우선적으로 추진 한 일은 마을 경로당을 짓는 일이었다. 마을 창고로도 쓰이는 곳에 있는 작은 쪽방에 마을 어른들이 모여 있는 모습이 전부터 안타까웠다는 정 이장. “다른 마을에 다 있는 경로당이 없어 난방도 잘 되지 않는 창고에 있는 작은 방에 20여분이 모여 있는 모습이 항상 안타까웠다”며 “그 분들에게 따뜻하고 편하게 함께 할 수 있는 곳을 만들어 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여기 저기 뛰어다니며 작년 12월에 전에는 허름한 마을 창고가 있던 곳에 번듯한 경로당을 지을 수 있었다.

정 이장이 노인정을 짓는 것을 무엇보다도 우선시 했던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연정리는 50가구 60여명이 사는 데 이 중 노인 인구가 40여명이다.

“마을에 노인분들이 40여명 계시는데 그 중에 혼자 사시는 분들이 꽤 된다. 재작년에 혼자 사시는 할머니 한분이 이틀 동안 외출도 하지 않아 찾아가 봤더니 많이 편찮으셔서 급히 병원으로 모신 적이 있었다”며 “노인분들이 경로당에 모여 서로 보살펴주고 나 또한 자주 그 분들을 챙길 수 있기 때문에 경로당이 꼭 필요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정 이장의 고민은 항상 마을 어른들에게 닿아 있다. “아직까지는 텃밭 일을 하거나 소일을 하는데 지장이 없지만 몇 년 후가 걱정이다”며 “마을 어른들이 나이가 들어도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안을 강구중이다”는 정 이장.

얼마 전 tv에서 본 한 마을에서 노인분들이 힘을 모아 한과를 만들고 그것을 팔아 함께 소득을 올리는 모습을 인상 깊게 봤다는 정 이장은 “우리 마을에 있는 연꽃과 매실 등을 이용해서 어른들도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다”며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막막하지만 열심히 뛰어다니고 주위에서도 많이 도와주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마을 곳곳에 우거져 있는 느티나무 덕에 경관이 좋은 점도 함께 활용하고 싶다는 정 이장이다.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마을 노인회장은 “마을에 노인들이 많아 도와주기 힘든데 저렇게 열심히 하니까 주위에서 많이 좀 도와줬으면 좋겠어”라고 한마디 거든다.

“마을 어른들과 젊은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고 한 명이 아닌 모두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건강한 마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을에 빈집이 없을 만큼 주민들 모두가 마을에 대한 애착이 강하고 그만큼 살기 좋다고 한다. 모두가 화목하고 인심이 좋기 때문에 귀농을 해온 사람들도 금방 마을에 반한다. 마을 입구에 큰 느티나무 밑으로 정자가 있어 여름이면 그곳에서 모이고 겨울이면 경로당에서 모여 함께 어울리기 때문에 단합은 그 어느 마을보다 좋다고 자부한다. 울력으로 연꽃을 심고 매실을 수확하고 마을 잡초를 제거하기도 한다.

마을 뒤편 산 중턱에 선조들이 활을 쏘던 사장터가 있는데 매년 정월 초하루에 제를 지낸다. 언제부터인지 모를 만큼 오래전부터 지내오는 당산제는 만사형통과 가축 번성, 풍농 등을 기원한다. 예전에는 풍물을 치기도 하고 함께 모여 제를 지냈지만 지금은 마을 논을 경작하고 있는 집에서 주관하여 제를 지내고 있다.
정 이장은 마을을 위해 올해도 바쁘게 뛸 생각이다.

군에서 하고 있는 땅끝 보금자리 사업을 통해 혼자 살고 있는 어른들을 살피고 아직 지하수가 많은 연정리에 상수도를 설치하고 싶다. 또한 부지런히 심부름꾼 역할을 할 생각이다.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주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심부름꾼이라는 정 이장은 “제가 아픈 데를 고쳐드릴 수는 없지만 살펴드리고 병원을 모시고 가는 일을 할 수는 있다.

주민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 하는 것이 나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항상 마을 사람들을 살피고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정 이장이 있기에 연정리가 모두가 바라는 마을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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