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없어 한 때 폐교 위기에 몰렸던 시골 분교가 주민과 교사들의 힘으로 본교 승격을 눈앞에 두고 있다. 화제의 학교는 송지면 송지초등학교 서정분교로 오는 3월 1일부터 본교로 승격된다. 1965년 군곡초등학교 서정분교로 출발한 이 학교는 한때 학생수가 1천여명이 넘었으며 1969년 서정국민학교로 독립했다가 학생수가 급격히 줄면서 1994년 분교로 격하됐다.

급기야 2003년에는 학생수가 5명으로 줄면서 사실상 폐교 위기에 몰린다. 그러자 학교가 사라지면 마을이 사라진다는 위기감을 느낀 주민과 교사들은 힘을 합쳐 학교 살리기에 나섰다. 서정학부모회를 중심으로 ‘서정분교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이 시작돼 해남읍에 거주하는 학생을 전입시키고 통학버스 구입을 위한 바자회도 열었다. 그리고 기적처럼 2005년에는 학생 수가 37명으로 늘더니 2008년 55명, 2012년 70명, 지난해에는 80명으로 늘어 21년 만에 본교 승격을 하게 됐다.

사라질 위기의 시골 분교가 본교가 되기까지는 해남군민과 인근 사찰인 미황사 등 많은 사람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가수이자 작곡가인 노영심은 미황사에서 가진 연주회 실황녹음을 CD로 팔아 판매대금을 발전기금으로 기부해 통학버스를 마련했다. ‘구름이’와 ‘하늘이’라고 이름 붙인 통학버스는 학교에서 40km나 떨어진 해남읍까지 나와 학생들을 태우고 온다. 서정분교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특성화 프로그램으로 다른 학교와 차별화된 교육을 하고 있다.

주제 중심의 교외 체험학습을 비롯해 도시에서는 할 수 없는 가족 캠핑, 뒤뜰야영, 야외취침, 논농사, 우리 밀·채소 가꾸기 등 노동의 참맛을 일깨우는 프로그램도 눈에 띈다. 전교생이 외발 자전거 타기에 도전하고 아침에는 차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한다. 방과 후에는 목공예, 축구, 생활도자기, 바이올린 등 다양한 취미활동도 할 수 있다.

한편 전남지역에서 신입생이 없어 입학식이 열리지 않은 학교가 47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서정분교와 대조를 이룬다. 전남도교육청에 따르면 여수 연도초교 등 본교 5곳과 고흥 남양초우도 분교장 등 분교 42곳 등 47곳에 신입생이 한 명도 없다고 한다. 47곳 가운데는 신안 안좌중 팔금분교장 등 중학교도 5곳이나 포함됐다. 지난해에는 보성 웅치초교 등 2개 분교와 영암 도포초 영농분교장 등 분교 14곳 등 16곳이었지만, 올해는 3배 가깝게 늘었다.

신입생이 단 1명인 학교는 지난해 23곳에서 22곳으로 줄었다. 현재 재학생이 1명인 학교도 여수 거문초 손죽분교 등 11개 분교여서 몇 년 안에 통폐합되거나 폐교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교육청은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전남지역에서는 유치원 4곳과 초교 7곳, 중학교 1곳, 고교 5곳 등 17개교가 폐교됐다. 올해는 초교 2곳, 중학교 2곳, 고교 3곳 등 7곳이 3월 1일자로 폐교될 예정이다. 전남교육청은 될 수 있으면 폐교를 하는 대신 작은학교 살리기 정책을 펼쳐 학교의 명맥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재학생이 없는 초교 6곳을 비롯해 20곳을 폐교하는 대신 ‘휴교’ 조치해 인근 학교에서 관리하도록 했다. 이처럼 전남지역에 학생 수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것은 이농현상과 저출산이 심화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서정분교의 본교 승격은 작은 학교 살리기의 성공사례로 아낌없는 축하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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