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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이름,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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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1.27  18: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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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로 돌아간다면? 단언컨대 돌아가고 싶지 않다. 시대상황에 짓눌리고 번민 속에 헤맸던 그때보다 지금이 더 좋다. 꿈꾸었던 욕망은 모조리 이기적인 것이 되어 입 밖으로 내뱉지도 못했던 시절이라 나는 늘 답답했다.

그런데 얼마 전 우리 집에 놀러온 조카들을 보며 청춘이 얼마나 설레는 이름인지 알게 되었다. 꽃피는 청춘의 봄날이 다시 온다면 근사하게 살아보고 싶을 만큼 그들은 눈부셨다.

올해 28살인 내 조카 솔이는 서울에서 외국계 회사에 다닌다. 대학을 졸업하기 전 휴학을 하고 미국인 집에 보모로 들어가 1년을 살았다. 유학이니 어학연수니 꿈꿀 수 없는 처지라 제 손으로 돈 벌어 더 넓은 세상을 보고 공부도 하고 싶다며 감행한 일이었다. 기저귀 찬 아기 5명을 돌보면서 밤에는 학교 다니며 공부하고, 쉬는 날은 박물관이나 유적지를 찾아다니며 역사 공부를 했던 아이다. 그리고 독일로 건너가 1년을 더 보모 노릇하며 유럽 여러 곳을 찾아다녔다. 지금도 1년에 몇 번씩 제 계획표에 따라 세계여행을 실행하고 있다. 나라 밖의 세상이 궁금해 미치겠다는 아이다.

2평 남짓한 고시원에 살면서도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다. “이모, 나는 화장하는 시간이 아까워. 책 보는 게 훨씬 재미있어. 명품 백, 돈 쓸 때 많은데 뭐 하러 그딴 것에 돈 써!”
세상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는 모습도 멋진데 속이 꽉 찬 말로 나를 감동시킨다. 내가 20대 때 해보지 못한 것을 머뭇거림 없이 하는 조카가 한없이 부럽다.

솔이 동생 빛이는 농사꾼이다. 24살 젊은 농사꾼이다. 가장 적성에 맞는 일이 농부라 여겼기에 농업대학을 다녔고 지금은 충북 단양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는다. 거기다 얼마 전 5살 연상의 아내를 맞아 결혼까지 했다. 한때 늦잠 자고 게으름 피워 엄마 속 썩히기도 했지만 지금은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부지런히 일하는 농사꾼이다. 아직 제자리가 잡히지 않아 근근이 먹고사는 처지이지만 농사꾼이 천직이라 믿는단다.

“결혼도 했으니 앞으로는 우리 둘이서 열심히 해볼게요. 엄마 도움이 필요하면 손 내밀 테니 그때 도와주세요.”
24살 치고는 제법 의젓하다. 멋진 놈이다.

“직장 다닐 때는 뿌듯한 게 뭔지 잘 몰랐어요. 근데 몇 개월 농사지으며 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올 때 가슴이 막 벅차오르는 느낌이 들어요. 힘들긴 하지만요.” 제빵사라는 본업보다 농부가 되고 싶었다는 조카 며느리. 하는 말마다 예뻐 죽겠다.

남들의 시선보다 제게 맞는 모습을 찾아 살아가는 젊은 청춘들이 한 없이 예쁘다. 한없이 부럽다. 20년 전 나보다 훨씬 근사하다. 멋있다. 나도 잘 살아봐야겠다. 조카들이 내게 주고 간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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