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입만 웃는 미소는 가식이고, 눈이 같이 웃어야 진짜 미소라는 말이 있다. 틀린 얘기가 아니다. 기분이 좋아지면 눈가에 주름살이 잡힌다. 이를 ‘뒤셴 미소(Duchenne smile)’라고 부른다. 이런 근육 움직임을 가장 먼저 발견한 18세기 프랑스의 신경 해부학자 기욤 뒤셴의 이름을 딴 것이다.

‘진짜 미소’라 불리는 뒤셴 미소는 입꼬리가 말려 올라가고 눈에서는 빛이 나며 눈가에는 주름이 잡히는 웃음이다. 보톡스를 맞은 사람은 도저히 지을 수 없는 표정이다. 이때 사용하는 근육은 사람이 마음대로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뒤셴 미소야말로 진짜 행복한 감정을 표현한다. 이 감정은 뇌의 좌반구가 활성화될 때 느끼는 것으로 긍정적인 감정을 만들어낸다. 아기가 엄마를 볼 때 짓는 미소가 바로 이것이다.

이 미소와 정반대되는 미소가 ‘팬아메리카 미소(Pan-American smile)’다. 항공기 여승무원들의 억지 미소를 따서 붙인 이름이다. 이 미소는 입 주위의 근육 외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이런 미소는 하위 영장류가 기분이 좋을 때와 놀랐을 때 보여주는 표정과 관련이 있다. 바로 ‘가짜 미소’다.

심리학자인 다처 켈트너는 사람들에게 아주 잠깐만이라도 뒤셴 미소를 보여주면 상대방도 미소를 짓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물론 이 사람들은 전보다 더 안정을 찾고 긴장이 완화되었다. 켈트너와 UC버클리 대학의 리앤 하커는 1960년 캘리포니아에 있는 ‘밀스’라는 여자대학을 졸업한 여성 111명의 졸업 앨범 속 미소를 보고 뒤셴 미소인지 아닌지를 분석한 다음, 이것이 삶의 행복과 어떤 연관성을 가지는지 알아봤다.

그 앨범에서 뒤셴 미소를 짓고 있는 여핵생은 절반에 달했다. 이 여학생들이 27세, 43세, 52세가 되었을 때 다시 만나 그들의 결혼 생활과 생활 만족도를 조사해 보았다. 그 결과 뒤셴 미소를 짓고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이 졸업생들의 대답을 가늠할 수 있었다. 뒤셴 미소를 짓고 있던 여학생들은 빼어난 미인은 아니었지만 30년 후에도 여전히 결혼 생활을 하면서 매우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행복의 척도는 바로 눈가의 주름이었던 것이다. 얼굴의 미묘한 움직임 속에 그 사람의 ‘인(仁)의 비율’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특히 눈은 영혼의 샘이라고 할 수 있는데 눈가 주름 근육은 억지로 속일 수 없기 때문이다. 눈에서 따뜻한 미소가 나온다면, 그걸 본 사람은 ‘이 사람이 나와 협력하기를 바라고 있구나’라고 생각한다. 또한 미소는 불안과 고통을 완화해 주는데, 스트레스와 관계된 심혈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미소는 돈이 들지 않지만 많은 선물을 준다. 우리 속담에도 ‘웃는 낯에 침 뱉으랴’는 말이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이 세상이 너무 힘들어 미소조차 버거울지도 모른다. 모든 일이 마음 먹은대로 이뤄진다면 무슨 걱정이 있겠는가. 연말이다. 한 해를 보내며 힘들더라도 크게 한 번 웃어보자. 웃으면 복이 온다고 했다. 기왕에 웃을 거 ‘썩소’보다는 기분 좋게 웃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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