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는 도반, 법우라는 말이 있다. 수행의 길을 함께 걷는 벗, 친구 쯤 되는 말이다. 마음 수행을 하려면 바른 가르침과 올곧은 스승, 그리고 힘들고 먼 길 함께 가며 동무가 되어줄 벗이 필요한 법이다. 어디 수행뿐일까. 고단한 인생길에도 이 세 가지가 있다면 금상첨화일 거다.

간절하게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수행을 해야겠다.’ 마음속에서 요동치는 목소리가 들릴 때 쯤 해남에서 법륜스님 법문이 있다고 했다. ‘내 마지막 스승은 법륜스님이다.’ 떡 줄 스승은 안중에도 없는데 나 혼자 그리 작정하고 있던 터라 쾌재를 불렀다. 그렇게 법륜스님 법문을 들었고 내친 김에 동영상으로 ‘법문 듣기 모임’까지 만들었다. 혼자 하는 게 얼마나 힘에 부친 일인지 알기에 쉽게 의기투합할 수 있었다.

4명이 시작한 조촐한 모임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우리 집을 법당 삼아 만나기로 했다. 몸이 아파서, 집이 멀어서, 마음이 충만해지지 않아 떠나간 이들도 있지만 지금은 5명이서 알뜰하게 꾸려가고 있다. 2년을 꽉 채운 지금 우리는 스스로가 대견하다. 큰 갈등 없이 성실하게 지금까지 이어져온 게 꿈만 같다.

스님이 들려주는 인생 이야기, 불교 역사와 부처님 생애, 그리고 금강경 공부까지 알토란 같은 시간이었다. 그 중에서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마음 나누기’다. 다시 말해 수다의 시간. 법문 들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지만 살면서 힘든 인생사 이야기가 주로 오간다. 하는 짓짓이 얄미운 남편 험담은 고정 레퍼토리다. 함께 맞장구치며 흉보다보면 맺힌 응어리가 풀리곤 한다. 명색이 수행의 깃발을 꽂고 만났으니 ‘같을 수 없는 걸 같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괴로운 거야.’ 라는 법문 한 자락 들씌우면서.

“법문을 안 들으면 일주일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느낌이야.”
“법문은 인생을 잘 살기위한 예방주사?”
“당연한 일상?”
느끼고 얻는 건 각각이지만 서로에게 큰 위안이 되고 치유가 되는 건 분명하다.

저마다 관심 분야가 다르고, 취향도 다르고, 삶의 길 또한 다르다. 나와 다르다고 틀렸다고 말 할 필요는 없다. 서로 닮아있는 있는 사람끼리,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끼리 모여 공유하고 연대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함께여서 행복하고 더불어 나누니 위로가 되는 그런 삶을 사는 것이다.

고요히 침잠하는 삶을 동경하면서도 나는 또 사람들을 향해 손을 내밀고 그들의 손을 맞잡는다. 손끝을 타고 전해오는 온기가 따듯하다. 2년을 꼬박 함께 해준 도반들이 고맙다. 남은 삶 또한 그들과 함께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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