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들에게 귀농, 또는 귀촌은 디지털 시대의 속도경쟁에서 벗어나 전원 속에서 삶을 재충전하는 ‘힐링’의 수단으로 인식되던 때가 있었다. 대부분은 농촌에만 가면 자연 속에서 모든 것이 저절로 치유되는 것으로 알았다. 오죽하면 ‘하다하다 안되면 농사나 짓지’하며 농사를 무슨 오락이나 취미생활쯤으로 여기기도 했다. 이 말은 농부에게 있어 얼마나 불경스러운 망발인가. 농촌에 가서 치열하게 살 궁리보다는 일종의 도피처쯤으로 생각한 철없는 도시인들의 귀농, 귀촌은 대부분 실패로 끝났고.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귀농과 귀촌의 모호한 경계

이러한 귀농, 귀촌도 최근 주춤해진 상태다. 지자체별로 귀농에 대한 각종 지원을 내세워 적극 유치하고는 있지만 그것도 2013년을 기준으로 한풀 꺾였다고 한다. 귀농은 필요한 소득과 생활 자금을 영농을 통해 조달하는 것이고. 귀촌은 연금 저축 이자 팬션 체험 등을 통해 생활 자금을 조달하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처럼 귀농과 귀촌은 성격 자체가 판이함에도 불구하고 그 경계가 모호해진 것은 정부와 지자체의 탓이 크다. 실적 위주의 행정을 펼치다보니 경제력이 있는 귀촌인들도 귀농인으로 계산했다. 1000㎡ 토지만 있으면 농지 원부가 발급돼. 실 귀촌 인구도 각종지원의 혜택이 돌아가는 귀농인으로 대부분 탈바꿈 했다.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통계를 좋아하고 각 부처에서는 실적 위주로 보고하기 때문에 이러한 일들이 일어난다. 실제로 1000㎡의 토지로는 귀농인이 될 수 없다. 법의 허용 기준치를 완화한 데는 탁상행정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정부 시책과 맞물려 귀촌인도 귀농인의 혜택을 보게 한 졸속 행정 일 뿐이고 통계를 위한 통계일 뿐이다. 따라서 통계상 귀농인구의 절반가량은 귀농이 아닌 귀촌으로 보면 된다. 그럼에도 귀농이 됐든 귀촌이 됐든 상당수가 2~3년을 못 버티고 도시로 돌아간다. 농촌에 대한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저생계비만 있으면 모든 것이 쉽게 해결될 줄 알았지만 농사가 어디 녹록한 일이겠는가.

이처럼 귀농의 환상이 깨져가자 새롭게 등장한 것이 이른바 ‘6차 산업’이다. 1차 산업이라는 농수산업에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2,3차 산업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패러다임이다. 더욱이 FTA로 농촌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6차 산업만이 살길인 것처럼 호들갑이다. 물론 6차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취지는 좋다. 그러나 문제는 6차 산업이 농수축산 부문에 대한 비중보다는 부가가치가 높은 제조 및 서비스 부문에 집중될까 하는 우려에서다. 농자는 천하지대본이라고. 주객이 전도돼서는 안 될 일이다.

 무슨 일에든 기본에 충실해야 성공할 확률이 높다. 기본은 외면하고 장밋빛 청사진에 들떠 김칫국부터 마신다면 당장이야 모르지만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기는 어렵다. 더군다나 개인이기주의가 팽배해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마을공동체적인 협업이 요구되는 사업이 순조롭게 굴러갈지도 의문이다. 한마디로 ‘잘살아보자’는 6차 산업이 자칫하면 농촌의 애물단지로 전락할 지도 모른다.

중소농 중심의 6차 산업 활성화

고령화 사회로의 급속한 진입으로 농촌의 미래는 불확실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이들의 귀농은 환영할만하다. 아울러 패러다임의 전환도 요구된다. 우리나라 농업의 형태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평균 5ha이상의 논을 보유한 전업농은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니 그대로 육성하면 된다. 또 고령자는 농업 인력이 아닌 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문제는 농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농이다. 규모의 경제가 되지 않아 경쟁력이 없다. 이들을 마을 공동체, 마을 기업으로 키워내야 한다.

여기에 필요한 게 바로 6차 산업이다. 정부가 6차 산업을 정책적으로 육성하려면 지역자원의 발굴과 활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6차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지역 고유의 자원을 발굴해 비즈니스에 활용하는 것이 기본이다. 지역자원이란 그 지역 특유의 자연자원, 농수축산물, 인적자원, 문화를 비롯해 전통까지 연계해 다양하게 존재한다. 이를 발굴하고 특성화해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이와 함께 경영상의 채산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다.

해남군의 경우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량한 자원을 갖고 있다. 이러한 자원을 바탕으로 해남군도 지역 특산품인 고구마와 밤호박, 전복, 양돈, 간척지 해바라기 농장 등 농수축산 및 힐링 관광 분야의 6차 산업화를 꾀하고 있다. ‘힐링 시티’해남 건설로 군민행복시대를 구현한다는 군정목표도 정했다. 그러나 6차 산업이 성공하려면 이러한 자원과 지역 문화가 조화롭게 결합돼야 한다.

문화 없는 산업은 전통의 단절과도 같다. 지역의 문화를 어떻게 살리느냐에 따라 6차 산업의 성패가 달려있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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