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빌리 지역아동센터는 사랑으로 아이들과 소통하는 공간이다. 뒤쪽 서 있는 사람이 정인열 센터장


우리 고장에 첫 눈이 내리던 날 조그만 시골길을 지나 옥천 작은 마을에 자리하고 있는 쥬빌리 지역아동센터를 찾았다. 여느 아동센터와 달리 소박한 파란색 양철 대문이 맞아 주었다. 그곳에서 후덕한 인상의 정인열(53) 센터장을 만났다.

“지적 장애가 있는 동네 아이를 돌보면서 마을에 있는 몇몇 아이들에게 기초 학습을 가르쳐 주는 공부방이 어느덧 29명의 아이들을 돌보는 지역아동센터가 됐다. “그 당시에 마을에 한 부모나 조손가정이 많아 돌봐주는 손길이 부족해 방과후 갈 곳이 없어 방임되다시피 한 아이들이 여럿 있었다며 이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겉돌지 않고 제도권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 할 수 있도록 기초학습이라도 잡아 주고 싶었다”고 당시를 회상하는 정 센터장이다.

처음에는 아이들을 볼보는 일을 돈벌이로 보는 안타까운 시선도 더러 있었다.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일이기에 아동센터에 대해 알리는데 많은 노력을 했다.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포기할 수 없어 주위의 인식을 바꾸는데 노력했고 서서히 바뀌어가는 아이들을 보며 기뻐하는 학부모들을 보면 힘을 냈다.

쥬빌리 지역아동센터는 옥천과 삼산의 경계에 위치한 특성 상 두 개 면의 아이들이 다니고 있다. 서로 다른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 이곳에서 만나 친구도 사귀고 놀이 등을 통해 친해지는 모습을 보면 대견하기만 하다. 아이들의 화합과 정서 함양을 위해 밴드와 악기연주, 한국화, 서예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정 센터장은 “공부는 학교에서 충분하다고 생각 해 아동센터에서는 아이들이 즐겁게 배우며 적성을 찾을 수 있는 방향으로 나가고 싶다”며 학습을 위한 센터보다 아이들의 적성을 발견하고 꿈을 키울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고 한다.

정 센터장의 가장 큰 역할은 아이들의 마을을 헤아려 고민을 들어주고 상처나 아픔을 치유 해주는 것이다. 시골이다 보니 아이들은 어른들 틈바구니에서 하지마라는 얘기를 들으며 감정적인 억압을 많이 당해왔다. 고민을 얘기할 곳이 부족하고 가슴에 쌓이는 감정들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정서적으로 불안한 아이들이 많다. 내재돼 있는 분노나 상처를 어루만져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따듯한 아이들이 될 수 있도록, 그래서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주는 것이 정 센터장은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매일 아이들 얼굴을 보는 것이 큰 즐거움이고 아이들을 돌보는 일 자체가 큰 보람이라는 정 센터장은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많은 경험을 쌓고 하나라도 더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이들과 함께 하기 위해 스스로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경제 용어를 가르쳐 주기 위해 먼저 공부를 해야 하고 신문을 아이들 스스로 제작할 수 있도록 만드는 법을 스스로 배우고 있다.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기 위해선 나부터 그 방면에 나부터 잘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노력을 게을리 할 수 없다”며 “오히려 내가 더 많은 것을 배울 때도 있다“고 껄껄 웃는 정 센터장이다.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주고파

그런 그이기에 작은 마을이라 자원봉사자가 적은 점은 항상 안타깝다. 재능 기부를 할 수 있는 특기나 적성을 가진 어른들이 주위에 좀 더 많다면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줄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항상 남는다. 5년 째 방학이면 봉사활동을 오는 이화여대 학생들이 그래서 더욱 고맙기만 하다. 대여섯 명의 학생들이 짝을 이뤄 매 번 방학 때마다 아이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프로그램을 짜와 일주일간 아이들과 함께한다.

정 센터장은 최근 인근 학교와의 관계가 개선 된 것에 대해 상당히 고무적으로 느낀다. 각자의 영역에서만 활동하고 서로에게 관심이 없던 두 단체가 아이들을 위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정보교류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아이들을 위해 서로 연계해 나가는 모습이 매우 긍정적이라는 정 센터장이다.

쥬빌리는 사랑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쥬빌리 지역아동센터 안에는 환하게 웃는 아이들과 어른들 사이에서 사랑이 넘쳐나고 있었다. “사랑을 베푸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할 때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다”며 아이들이 항상 꿈과 희망을 가지고 밝게 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정 센터장의 말에서 건강하게 자랄 아이들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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