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불(掛佛)이란 절에서 큰 법회나 의식을 행하기 위해 법당 앞뜰에 걸어놓고 예불을 드리는 대형 걸개그림이다. 국보급 괘불로는 칠장사 오불회괘불탱을 비롯해 안심사 영산회괘불탱, 갑사 삼신불괘불탱, 신원사 노사나불괘불탱, 장곡사 미륵불괘불탱, 화엄사 영산회괘불탱, 청곡사 영산회괘불탱 등이 있다. 이들 괘불탱은 지난 1997년 9월 국보로 일괄 지정됐다.

보물 1342호인 미황사 괘불탱은 조선 영조 3년(1727)에 탁행·설심·희심·임한·민휘·취상·명현 등 당대 최고의 화승(畵僧) 7명이 그렸다. 석가모니불로 추정되는 이 초대형 괘불은 길이 1170cm, 폭 486cm크기로 화면 가득히 본존불을 강조한 뒤, 하단에 용왕과 용녀를 배치한 독특한 도상적인 특징을 보여준다. 채색은 녹색과 적색의 밝은 선염(渲染)과 녹두·분홍·황토색의 사용으로 은은하면서도 환상적인 세계를 보여주는 수작이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괘불을 볼 수 있는 것은 매년 10월 말 열리는 괘불재 때 뿐이다. 그것도 두 시간동안만 허락된다.

이 미황사 괘불탱을 같은 크기로 현상 모사한 ‘땅끝 미황사 큰부처님 서울에 나투시다’라는 주제의 전시회가 지난 11일까지 서울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 성황리에 열렸다고 한다. 미황사 괘불을 3년에 걸쳐 모사한 것이지만 그 진가가 알려지면서 찾는 발길이 늘어나 일주일 더 연장해 전시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1대 1 크기로 완벽하게 재현한 괘불탱과 함께 보물 947호 미황사 대웅전의 천불도 25점과 포벽나한도 13점, 단청문양도 114점 등도 함께 선보였다.

괘불을 재현하기 위해 미황사 주지 금강 스님의 의뢰를 받아 이수예(42·사찰문화재보존연구소장), 박진명(43·영산문화재연구소 대표) 부부 등 9명의 불화가(佛畵家)들이 2012년 4월부터 지난 10월까지 안료 분석과 적외선 및 디지털 현미경 촬영 등 과학적 조사방법을 동원했다. 이를 토대로 원본 재료와 형태, 도상뿐 아니라 박락, 얼룩 부분까지 재현하는 등 원형의 모습을 그대로 모사했다.

‘나투다’는 사전적 의미로 ‘(부처가 자신의 모습을)깨달음이나 믿음을 주기 위해 사람들에게 나타내는 것’을 말한다. 설법자로서의 부처님은 단순히 중생의 오관에 비치어 인식되어진 대상이 아니고, 부처님 스스로의 의지로써 나타나셨다는 의미이다. 인연을 따라 때로는 나투고 또 때로는 그 모습을 감추는데 이것을 연기법계(緣起法界)라고 한다. 화엄(華嚴)의 세계다. 이러한 화엄세계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만덕(萬德)을 쌓아야한다고 했다. 불교미술의 대중화에 전기를 마련한 미황사 괘불탱 현상 모사 전을 보면서 덕을 쌓고 복을 짓는 마음으로 올 한 해를 잘 마무리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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