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크레용팝’이 헬멧을 쓴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나와 ‘5기통 춤’을 추며 ‘빠빠빠’를 부르는 모습에 팬들은 열광했다. 깜찍한 외모에 어울리지 않게 헬멧이라니? 하지만 사람들은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1990년대 중반에 이미 이러한 ‘촌티 패션’이 유행한 적이 있다. 말 그대로 ‘촌스러운’ 것이 하나의 유행이 됐다. 신사가 빨강 양말을 신어도, 숙녀가 우스꽝스런 머리핀을 꽂아도 패션으로 이해하던 시절이었다.

패션이라는 어원은 ‘만드는 일’을 가리키는 라틴어 ‘팍티오(facto)’에서 유래한다. 패션은 우리나라 말로 유행이라는 의미이다. 최근에는 영문 표현 그대로 ‘패션(fashion)이니, 트랜드(trend), 또는 ’스타일(style)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러한 패션은 의복뿐만 아니라 가구, 공예, 건축, 인테리어, 액세서리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20세기 들어서는 슬로 패션이 등장했다. 패스트 패션에 상대되는 개념으로 등장한 슬로패션의 특징은 개인의 개성과 취향에 중점을 둔다는 것이다. 패스트 패션은 최신 유행하는 아이템을 최대한 발 빠르게 내놓는다는 것이다. 디자인에서 매장 진열까지 2주일 정도가 걸리고 빠르면 하루 사이에 새 상품이 쏟아지기도 한다. 반면에 슬로 패션은 유행하는 아이템보다는 자신의 개성과 취향을 최대한 반영하거나 유행하는 디자인을 자신의 개성에 최대한 맞게 구매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 패스트 패션은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지만 슬로 패션은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거나 최고급 울과 실크, 빈티지 등 고가인 소재를 통해 가치소비를 이끈다. 구매 당시부터 옷의 구김과 빛바램이 있어 헤진 듯 한 느낌을 즐기며 오래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놈코어(norm-core)'는 평범함을 뜻하는 ‘노멀(normal)’과 핵심을 의미하는 '코어(core)'의 합성어다. 지금까지는 타인과 다른 특별함이 스타일을 드러내는 핵심이었지만, 놈코어는 남들과 구별되지 않는 평범함을 추구한다. 비싸고 화려할수록 높게 쳐줬던 기존 패션과 달리 청바지, 후드, 니트 같은 평범한 아이템으로 자신만의 멋을 드러낸다. 놈코어는 검정색 터틀넥과 리바이스 청바지, 뉴발란스 신발을 애용한 스티브 잡스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촌티 패션의 연장선상에 있다.

지나간 시간들을 되돌아보면 촌스럽지 않은 것이 없다. 텔레비전에서도 연예인들의 이른바 ‘비포(before)&애프터(after)’필름을 보여주면서 웃음을 유발하곤 하는데 여기엔 어딘지 덜 여문 것 같은 풋풋함이 새롭게 느껴져서일 것이다. 얼마 전 종영된 ‘응답하라 1994’도 촌티 패션시대를 실감나게 그린 것이 인기요인이 됐다. 지극히 평범한 것이 패션인 시대를 살면서 평범함 속에 숨은 비범함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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