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 젊은이들이 없어서 걱정이지만 농사지으러 오라기도 머하다니까. 땅이 있어도 자재비며 인건비도 계속 오르고 농산물 가격은 계속 떨어지기만 하니까, 머 먹고 살 것이 있어야 오라하지.”

얼굴 가득 미소를 잃지 않는 문내 충평리의 김초남(70) 이장은 흐린날씨 만큼 어두운 동네의 앞날을 걱정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42가구 70여명이 사는 충평리는 5~6가구를 제외하면 모두 65세 이상 노인들이 사는 고령마을이다. 단독가구도 27세대나 되고 마을에 젊은 가구는 겨우 2가구 뿐 이다.

마을냇가를 따라 버들나무가 쭉 자라있어 유평마을이라 불리다가 농작물에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나무를 베어버리고 해방 후에는 국가에 충성을 해야 한다는 의지로 충평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김 이장은 20살에 해병대를 다녀오고 목포에서 생활하다 34살에 부모님을 모시기 위해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귀농했다. 예비군 소대장을 맡아 누구보다 맡은 일에 최선을 다했다. 그 이듬해 씩씩하고 똑부러지는 일처리에 마을어른들의 권유로 시작한 이장생활이 올해로 총 28년에 이른 베테랑 이장이다. 이장 일을 하다 농협 일에도 관심이 생겨 열심히 하다 보니 농협이사도 맡게 됐다고 한다. 젊어서부터 농사일도 열심히 했지만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해 우수영에 상주 했다고 한다. 그래서 얻은 인맥들이 지금은 큰 재산이라며 “문내에서 아니 해남까지 이름이 자자하다.”고 말했다.

충평리는 대부분이 300평 정도의 작은 농사를 지어 자급자족을 할뿐 크게 농사를 짓는 주민들이 많지 않다. 노령 인구가 늘어가는 이유도 있지만 일손 구하기가 힘들고 자재비 감당이 힘들어 농사면적이 점점 줄어들었다고 한다. 김 이장도 외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해 겨우겨우 농사를 지어 왔지만 올해를 끝으로 5000평의 농사를 마무리 하고 소작을 줄 예정이다. 주로 배추 양파를 심고 특히 무를 많이 재배한다. 문내에서는 봄 무하면 충평리, 충평리하면 봄 무로 소문이 자자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도 이제는 사람이 없어 힘들어졌다.

한 마을에 오래 같이 살다보니 단합은 어느 마을 못지않다. 김 이장은 “부녀회를 중심으로 해마다 어르신들을 모시고 동네잔치를 한다.”며 “부녀회가 마을 어른들을 살뜰히 잘 챙기고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발 벗고 나서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또 “ 해마다 봄이면 마을사람들 대부분이 모여 한 번씩 여행을 한 것이 벌써 올해로 8년째이다.”며 “이장과 노인회장을 주축으로 마을 공동으로 모은 폐비닐을 팔고 향우들의 도움을 받아 친목도 쌓고 마을의 화합도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농한기인 1월~3월에는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이 매일 회관에 모여 여가 시간을 보내다 다 같이 저녁을 먹다보니 한식구나 다름없다고 한다.

마을주민 모두가 한식구고 형제
귀농위해선 근본적인 문제 해결

마을의 앞날을 얘기하자 김 이장의 얼굴이 심각해진다. 지금 충평 마을은 주민 전부가 노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구가 계속 줄어드는데 유입되는 인구는 없다. 젊은이들이 농사를 지으러 오려고 해도 쉬운 일이 아니다.

김 이장은 “땅이야 마을에서 임대를 해주고 빈집을 내어준다고 해도 자재비나 인건비가 너무 비싸다.”며 “설령 비싼 자재비와 인건비를 감당하고 지어도 농산물 가격이나 국가의 보조·보상제도가 이를 뒷받침 해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 “농작물 가격은 겨우 유지되거나 계속 하락하고 있고 국가도 농촌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며 “농촌으로 사람을 유입하려면 이런 근본적이 문제들이 먼저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동네에 빈집이 벌써 8채나 있는데 들어 올 사람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올해만 하고 이장을 그만할 계획이지만 마을 주민들의 의사에 따라 또 한 번 맡을 생각도 있다는 김 이장.
“남일이라 생각하면 못해. 마을일도 내일이라 생각하고 하는 거지. 면사무소나 농협에 볼일 있으면 대신 봐주고 공과금 낼 때 되면 갔다 내주는 것이 이장이 할 일이지. 마을의 심부름꾼, 그게 이장 아니겄어?”

노인들밖에 없어 마을을 크게 꾸미거나 바꾸고 싶은 욕심은 없고 마을 사람들 모두가 건강하고 지금처럼 화목하게 지냈으면 더 할 나위가 없단다. 다만 버스 정류장이 멀어 마을 분들이 걸어가기가 힘들어 마을을 지나는 버스가 있었으면 한단다.

“마을에 차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적어 장날이나 우수영에 나갈 때는 대부분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그래서 심동이랑 충평리를 지나 외암리에서 우수영까지 가는 버스를 요청을 해놨지만 버스노선이 생긴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도지사가 시행한다는 행복택시나 꼭 우리 마을로 왔으면 좋겄구만”

항상 마을을 생각하는 김 이장의 작은 바람이 이뤄지길 비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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