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부하건데 나는 알뜰한 주부다. 어쩔 때보면 궁상맞기까지 하다. 4,5 천 원 커피는 아까워 못 마시고, 명품 꼬리표 단 가방 한 점 없다. 주변에서 애들 옷 물려받아 입히고, 중고물품 파는 가게 단골이기도 하다. 물건을 살 때는 목록을 적어 그것만 사는 편이다. 물 아끼려고 빨래는 모아서 하고, 지구를 위한 일이라 말하지만 진짜는 전기 요금 아까워 에어컨도 없이 산다.

우리 같은 월급쟁이는 아끼는 게 사는 길이다. 알뜰히 아껴야 저축을 좀 더 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외식 횟수가 뜸해졌다. 아이들이 어릴 땐 그래도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했던 외식인데 말이다. 가끔 대접받는 기분으로 일식집에서 외식을 하는 호사를 누리기도 하지만 4명의 한 끼 식사로 10만원 넘는 액수를 지불하고 나면 속이 다 썩썩하다.

“아빠, 삼치 회 먹고 싶어요.”
대식가에 미식가인 우리 아들 환이는 제 철 음식이 나올 때를 귀신처럼 안다.
“아드님이 드시고 싶다면 사드려야지요.”
아이들 요구는 뭐든 들어주는 남편은 그 길로 시장에 가서 삼치를 사왔다. 예전 같으면 외식하자고 했을 남편이 집 밥을 선호하게 된 것도 다 돈 때문이다.
“생활비의 대부분이 먹는데 나가는 것 같아.”
“먹는데 돈 많이 써 엥겔지수가 높을수록 저급한 삶을 사는 거라는데.”

집안 경제가 크게 나빠진 것도 없는데 소비에 대한 심리는 많이 위축된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서로 쳐다보고 씁쓸하게 웃었다.

남편은 사온 삼치를 2시간에 걸쳐 해체 작업을 했다. 머리, 살을 발라낸 등뼈, 배 쪽 기름진 부위는 구이용으로 골라내고, 큼지막하게 잘라낸 살은 한 끼 분량씩 나누어 담았다. 세 끼 정도 먹을 일용한 양식이 탄생했다.

깔끔하게 차려진 삼치 회 한 상에 환이가 아빠를 쳐다보며 ‘엄지 척’을 연발한다.
“아빠, 살살 녹아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 위에 삼치 회 한 점 올려 먹으며 우리 딸 인이도 감탄사가 터진다.
“묵은 지를 올려 먹어야 제 맛이지.”
인이 밥 위에 김치를 얹어주는 남편의 입이 귀에 걸렸다. 맛나게 먹는 아이들 볼 때처럼 흐뭇할 때가 또 있을까.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

“뱃살 부분이 기름지고 고소해.”
인이와 환이 챙겨 먹이느라 남편 입에는 회 한 점 들어가지 않았다.
“서방님, 쐬주 한 잔 드셔야지요.”

우리 집은 엄마와 아빠 역할이 바뀌고는 한다. 엄마인 나는 나 먹기 바쁜데, 아빠인 남편은 언제나 아이들 시중드느라 제 입은 뒷전이다. 맛있고 먹음직스러운 것은 언제나 애들 몫으로 챙긴다.

“저 녀석들은 살 날이 많아 맛있는 것 먹을 날 많으니 우리가 먹읍시다.”
해도 소용없다. 완전 가시고기 아빠다.
엄마 아빠가 실랑이 하고 있으면 눈치 빠른 환이가 한 점 싸 아빠 입에 넣어주는 센스를 발휘한다. 질세라 인이도 연거푸 아빠 입에 김으로 싼 회 한 점 쑤셔 넣는다.

주말 밤, 푸짐한 삼치 회 덕분에 배꼽이 열리도록 맛나게 먹었다. 분명 우리는 두레반상에 마주앉아 함께 밥 먹는 식구食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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