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처음 본 아이들이 낯가림도 없이 꾸벅꾸벅 인사를 잘 한다. 차량운행을 나간 센터장을 기다리고 있는 동안 줄줄이 들어온 아이들이 깍듯이 인사하는 모습에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정말 꾸밈없이 밝은 모습의 아이들이다.

“애들이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 받지 않고 밝게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처음에는 어색해 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그 아이들이 변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좋다. 급변하진 않지만 해가 지날수록 변화됨을 느낀다. 어느새 제집처럼 편안하게 느껴 토요일에도 나오면 안되는지 물을 정도다.”

황산 하늘향기문고 아동센터 김세동(52) 센터장. 목회자인 그가 2010년 황산면 관춘교회에 부임해 왔을 때 그곳에 이미 아동센터가 운영되고 있었다. 평소에 복지에 관심이 많아 요양원이나 아동센터를 운영하고 싶었던 부인 김미경(50)씨의 영향으로 전임자에 이어 운영을 시작했다.

주로 아이들을 위한 차량운행과 전반적인 업무에 대한 지원을 하면서 아이들을 돌보는 일도 도와주고 있다.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조금씩 변해가는 아이들의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몇 년 전까진 중·고등부 아이들도 있었지만 현재는 초등부 아이들만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나의 사명감이다. 처음 이곳이 공부방으로 세워진 건 집에서도 방치된 10여명의 아이들을 돌보기 위함이었다. 설립목적을 알기에 항상 아이들이 편안하고 즐길 수 있는 곳을 만들려고 노력 한다”

하늘향기문고는 지난 1993년에 돌봄의 손길이 부족한 6형제와 4남매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공부방으로 시작했다. 그렇게 하나 둘 늘어나 아동센터로 발전했다. 김 센터장은 아이들의 정서를 키울 수 있는 방향으로 센터를 운영하려고 한다. 경험이 많지 않은 아이들에게 체험학습이나 역사탐방 등을 통해 경험을 늘려주려는 것이다.

“부모들과 외출이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이다 보니 작은 것에도 큰 기쁨을 느낀다. 방학에는 목포로 영화를 보러 다니는데 영화도 즐거워 하지만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마트에 들르는 일이다. 아이들이 항상 새로운 것을 접하고 경험하기 때문이다.”

주로 농사를 짓는 집의 아이들이라 외식을 하기 힘든 환경이기에 주말이면 종종 아이들과 함께 읍내로 외식을 간다. 경양식, 패스트푸드, 중국집 등을 다니며 아이들과 즐겁게 식사를 한다. 처음엔 따라다니기만 하던 애들이 이제는 스스로 메뉴도 고를 줄 안다고 한다. 이렇게 아이들에게 선택권을 주니 이마저도 자립심을 키워주는 하나의 교육이 되었다.

김 센터장은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는 다양한 부분들을 채워주고자 했다. 특히 아이들이 공동체 생활에 대한 이해력을 높일 수 있도록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일주일에 한번 하는 목공예 수업을 아이들이 가장 좋아한다고 한다. 연필꽃이, 사진첩, 반지함등 이렇게 만든 아이들의 작품을 지난 9월에는 전시를 하기도 했다. 여러 가지 체험 학습도 아이들의 사고를 넓히는 좋은 경험이다.

“지난해엔 경주로 1박2일 체험을 갔고 올봄에는 다산초당에 다녀왔다”며 “아이들이 역사를 이해하고 직접 체험하고 느끼며 스스로 깨우쳐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체험·견학 등 다양한 경험
자원봉사자가 더 많았으면

해남은 아동센터 간 네트워크가 잘 이루어져 운영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전국 어느 지역보다 서로 도와가며 아동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교육청과 행정기관에서도 지원을 많이 해준다고 한다. 지난 방학 때는 두 명의 군청 대학생 아르바이트생이 와 아이들이 더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김 센터장은 “올해는 군에서 지원해주는 급식비가 늘어 아이들에게 다양한 음식을 줄 수 있어 기쁘다”며 “풍족하진 않지만 아이들이 잘 먹고 잘 클 수 있다는 희망을 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황산면에 있는 초등부 이하 아이들은 120명인데 아동센터는 두 곳이 운영되고 있다. 요즘도 몇 번씩 문의가 오지만 더 이상 아이들을 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김 센터장은 이 문제에 대해 “정원 외로 받고 싶어도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고 지원이 힘들어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새로운 센터를 지으려고 해도 진입장벽이 너무 높다”며 “지원을 받기 위해선 2년동안 운영해야 하는데 그 때까지 개인이 운영하는 게 너무 부담되고 힘든 일이다”고 말했다.

과한 서류업무 또한 간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관찰일지는 물론 수업마다 설문을 받아야 하고 수업계획서와 진행상황 등을 일일이 기록해야 한다. 정기적인 감사를 대비하고 아동센터 평가의 기준이 되기에 작성하지만 서류로만 성과를 판단하는 모습은 조금 아쉽다. 애들을 돌보고 가르치는데 준비하는 시간보다 서류 작성의 시간이 더 길 때도 있다. 인원이 한정되어 있는데 업무가 과중되어 있어 힘들 때가 많다고 한다. 특히 해남지역은 자원봉사자가 적어 한정된 인원으로 모든 업무를 봐야하기 때문이다. 김 센터장은 자원봉사자와 재능기부를 하는 사람들이 더욱 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게 저의 몫입니다. 아무런 걱정없이 뛰어 놀 수 있고 밝게 자라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하늘향기문고가 할 일 이지요”

하늘향기문고엔 웃음소리가 떠나지 않고 아이들은 너무 즐거워하고 있다. 꾸밈없이 웃는 아이들을 보며 그들의 밝은 앞날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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