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12일동안 해남과 진도를 떠들썩하게 만든 명량대첩축제가 열렸다. 해남과 진도를 가르는 울돌목을 사이에 두고 진도대교 양 옆에서 펼쳐지는 축제다보니 관광객들도 아리송하다. 어떤 사람은 해남 축제로, 또 어떤 사람은 진도 축제로 부른다.

명량대첩축제가 열리던 9일, 한국언론진흥재단 광주지사의 ‘축제와 지역스토리텔링’교육이 있었다. 교육 내용 중 명량대첩축제에 관한 부분이 있었지만, 진도 축제라는 언급이 있었을 뿐이다.

교육을 맡은 모 일간지 편집국장은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려줬다. 모 지자체 공무원을 만났을 때인데, 축제를 하지 않아도 해마다 600만명의 관광객이 오는데 왜 번거롭게 축제를 하느냐고 하소연했다는 거다. 축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나가야 할 공무원들부터 축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이는 우리나라에 넘치는 축제들이 비슷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어서 느끼는 염증이다. 트로트 가수를 부르고, 지역주민들을 초대해 자리를 메꾸고, 특산품전과 음식판매점 부스를 연다. 어딜 가나 만나볼 수 있는 비슷한 형태들이다. 축제 기획에 공을 들이지 않고 타 지역의 성공한 축제 내용을 베끼거나 보고서에 한 줄이라도 더 채워 넣기 위해 축제와는 관련없는 공연을 채워 넣어 발생하는 일인 것이다.

명량대첩축제는 해전 재현이라는 몰입요소를 넣어 차별성을 뒀다. 해상공연도 인기가 좋았다. 하지만 다른 프로그램들의 내용은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내용들이 많았다. 반짝 진행되는 공연이 아니라 상시공연이 가능할 정도의 구색을 갖추고, 역사적 재현에 조금 더 큰 비중을 둔다면 다른 축제와 차별화할 수 있지 않을까.

명량대첩축제가 누구를 위한 축제인지, 왜 해야만 하는 축제인지, 축제의 컨셉은 무엇이고 실제 축제장을 찾는 관광객에게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인지 근본적인 전제를 고민해야 하는 것은 축제로 지역의 이미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축제기간 중 해남을 방문하면 해남에서만 얻을 수 있는 재미가 있다는 독특한 컨셉과 추억을 심어줘야 한다.

김치축제를 맡고 있는 정삼조 연구소장은 축제의 경쟁력은 컨셉에서 결정된다고 말한다. 단기적인 수익을 노리고 만드는 축제로는 경쟁력을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나의 목표와 방향성에서 컨셉을 도출하고, 기대관람객의 요구와 맞물릴 수 있도록 고민해야 이도저도 아닌 축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명량대첩축제는 44만의 관광객이 몰린 나름 성공한 축제라 불린다. 그렇다면 해남은 명량대첩축제로 어떤 이미지를 얻었을까. 타지에서 온 기자는 우수영이 진도에 있는 곳인 줄 알았단다. 우리는 명량대첩축제라는 역사문화축제를 통해 해남의 가치를 충분히 드러낼 수 있었던 것인지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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