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 윤선도에게는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빛낸 ‘연금술사’라는 말이 따라다닌다. 여기에 ‘자연미의 시인’이라는 찬사가 더해지곤 한다. 그렇다보니 우리에게 고산의 이미지는 유유자적 자연을 즐기며 고아한 흥취를 드러내는 이미지가 따라다닌다.

그러나 그의 실제 삶을 들여다보면, 이러한 이미지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치열한 세상과의 불화가 놓여 있다. 개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평전 읽기의 즐거움은 바로 이런 데서 비롯될 것이다. 한 인물에 대해 갖고 있는 특정 이미지를 그의 실제 삶과 견주면서 겹치고 어긋나는 부분을 찾아가는 재미 말이다.

《윤선도 평전》은 대중들이 고산 윤선도의 인생과 시를 통해 ‘인간 윤선도’로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게끔 자세한 생애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이제까지 많은 조명을 받지 못한 고산의 개인사를 살펴보면, 그 굴곡은 상당히 극심하다. 강직한 성격 탓에 인생의 절반을 유배생활로 보냈다. 70대의 나이에도 귀양살이를 해야 했을 정도였다.

고산의 시에 대한 평가는 후대 사람들의 것이다. 오히려 당대의 고산은 정치사적 측면에서 골치 아픈 논쟁적 인물로 화자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격렬한 정계 속에 있던 그가 어떻게 우리말로 시를 창작하게 된 것일까.

또 ‘자연미의 시인’이라는 찬사와 ‘정치 논객’이라는 이질적인 두 면모는 어떻게 한 인물 속에 녹아들 수 있었는지 살피는 것이 《윤선도 평전》의 주요 문제의식이다.

이번 평전에서는 고산의 개인사와 함께 그가 창작한 자연미 넘치는 시를 부드럽고 쉬운 문장으로 찬찬히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교과서같은 형식주의적인 내재적 비평의 잣대만을 들이밀지 않는다.

고산의 어린 시절부터 죽기 직전까지 창작한 주요 시편들을 살펴보되, ‘인간 고산’의 면모를 최대한 개입시킨 해석을 끌어냄으로써 시와 인간이라는 두 텍스트를 동시에 함께 읽어내고 있는 것이다.

자연을 노래하는 시들에도 고산의 정치적 미학이 담겨 있다. 무의식을 장악하고 있는 강호 너머의 현실이 언뜻 비춰지기 때문이다. 이 시들이 고산이 정계에 있던 시기가 아니라 고향에 은거하던 시기에 창작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것을 즐기는 시적 자아의 흥취뿐만 아니라, 자신의 이념을 실현하고자 하는 의식을 읽어내는 것이 바로 이 평전을 통해 고산의 시를 다시 읽는 즐거움이다.

세상과의 불화를 자신만의 미학 창출 원동력으로 삼은 고산의 인생역정을 통해 우리가 모르는 ‘인간 윤선도’의 면모를 되짚어보자. 빛나는 작품들을 남긴 격정적인 고산의 삶, 그의 인생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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