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례’가 사실 일본 기독교단에서 제국주의에 충성하고자 만든 의식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국민의례는 ‘궁성요배, 기미가요 제창, 신사참배’를 뜻하는 말로, 러일전쟁이 발발하자 자발적으로 제국주의 침략 전쟁에 협력한 일본 교단이 출정군인 등과 대동아전쟁 완수를 위해 행한 기미가요 연주, 묵념 따위를 뜻한다. -본문 중에서

지난해부터 10월 9일은 공휴일이 됐다. 바로 한글날이다. 한글날은 우리의 생각을 글자로 표현할 수 있게끔 해준 한글에 대해 기리고, 한국어에 대해 생각해보는 날이다. 그런데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의 기본 의미가 되는 표준국어대사전이 이상하다. 일본어는 한국어로, 한국어는 일본어로 바뀐 단어들이 여럿 등장한다.
 

광복을 맞이하고 세대가 바뀌었지만 아직도 우리 삶 깊숙한 곳에는 그 뜻을 알면 도저히 쓸 수 없는 일본 말들이 넘쳐난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이러한 잘못 쓰인 일본 말 찌꺼기를 거르고 올바른 국어사전을 만들어가야 할 국립국어원이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 이윤옥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안이하게 대응하는 국립국어원을 비판하며 ‘우리말 바로잡기’를 위해 《오염된 국어사전》을 펴냈다. 이 책은 지난 2010년 일본 말 찌꺼기의 역사와 유래를 추적한 《사쿠라 훈민정음》에 이어 생활 속에 더욱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일본 말 오용 사례를 밝혀낸 책이다.

'유도리'나 '단품', '다구리'와 같이 일본말 찌꺼기인 줄 뻔히 짐작하면서도 쓰는 말뿐만 아니라 '국위선양', '잉꼬부부', '다대기', '기합', '품절'처럼 우리말인 줄로만 알고 쓰던 일본말 찌꺼기의 역사와 유래, 쓰임새에 대해 낱낱이 밝히고 있다.

이외에도 일본 말로 잘못 분류한 한국어, 국어사전에 실린 일본 말과 실리지 않은 일본 말들을 지적하며, 순화하라고 표시해놓고 그 이유를 밝히지 않거나 예전에 쓰던 한자를 버리고 일본 한자로 바꿔 써 일본 말로 정의 내리는 표준국어대사전의 무원칙을 고발한다.

저자는 고민 없이 사용되고 있는 일본말의 종류와 유래를 살펴보는 작업을 통해 일본에서 유래된 말을 무조건 쓰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말 찌꺼기를 순화해야 하는 필연성을 제시한다. 읽는 이가 스스로 일본말 찌꺼기 사용에 대해 각성하도록 유도하려는 것이다.

국립국어원이 단어의 어원을 알 수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태도는 국가기관으로서 보여서는 안 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저자는 국어의 모든 것을 국가기관에만 의지하는 것도 옳지 않다고 주장한다. 국민이 날카롭게 감시하지 않은 잘못도 있기 때문이다.

오래전 일본에 한자 문명을 전파했던 우리가 지금은 오히려 일본식 한자를 쓰고 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잘못된 일본 말 사용 사례를 감시하는 감시자가 되어 올바른 한글, 한국어를 사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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