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이용한 전시실이다. 아이들이 우르르 안으로 들어간다. 나무로 만든 지게 같은 옛 물건들과 로봇 피아노 컴퓨터 틀까지 시대를 넘나드는 물건들이 즐비하다. 아이들은 만지고 두드려보느라 바쁘다.
“오줌싸개가 소금 빌리러 갈 때 머리에 쓰던 물건이죠?”
역시 5학년답다. 키의 쓰임새를 맞춘 녀석의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나는 비긋이 엄마 미소를 날려 보낸다.
하늘은 파랗고 바람은 살랑대는 9월. 녀석들과 3번째 산행이다. 그 사이의 우리 사이는 스스럼이 없어졌다. 때에 따라 함께 하는 녀석들이 바뀌어 처음 보는 아이들도 있지만 친해지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낯선 아줌마의 손을 어색함 없이 잡고 조잘대며 산에 오른다. 오늘 내 짝꿍은 3학년 하늘이다.
“너무 힘들어요. 업어주세요.”
녀석의 투정이 밉지 않다.
못 끝낸 숙제처럼 묵지근한 무게로 짓누르던 오래 전 나와의 약속. 그것은 봉사활동이었다. 나와 별다른 인연 없는 사람들을 향해 따뜻한 손 내밀고 싶었다. 내 아이들 손을 잡고 함께 하고 싶었다. 다행히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이웃이 있어 3년 전 그들과 ‘마중물’이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그렇게 한 달의 한 번 봉사활동은 시작되었다.
아동 시설을 찾아 그곳에서 필요한 일이 유아들의 나들이 도우미라는 말에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을 했다. 바깥나들이가 쉽지 않은 한 살 바기 아기들부터 7살 어린 아이들까지 차에 태우고 자연 속으로 나들이를 떠났다. 다섯 가정의 이웃이 함께 했다.
한 달에 한 번 만날 때마다 아이들은 언제나 우리를 열렬히 환영했고 언제나 즐거워했다. 그런데 처음 기대만큼 성에 차지 않는 대목이 있었다. 가슴속이 충만함으로 가득 찰 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는 것이었다. 그것이 지나친 욕심이었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우여곡절 끝에 유아 나들이 봉사와 초등생들의 산행을 번갈아 하는 것으로 활동을 수정했다. 예전보다 기쁨은 더 커진 게 사실이다.
“인아 환아, 오늘 어땠어?”
그러면 녀석들은 언제나
“아주 재미있었어요.”
“꼬맹이들 쫓아다니느라 힘들었는데 즐거웠어요.”
한다. 나는 거기에 자꾸 의미를 부여하는데 아이들은 그저 기꺼이 즐기고는 했다. 언제나 아이들은 나보다 마음 쓰는 게 한 수 위다.
9월의 처음 계획은 장흥 우드랜드가 자리한 억불산 정상까지 등산하기였다. 하지만 중간 중간에 자리한 놀이터와 쉼터, 다양한 체험거리들이 발걸음을 잡았다. 활쏘기에 마음 빼앗기고, 망아지 어깨 쓰다듬다 시간이 지나 결국 가벼운 산책이 되고 말았다. 지천에 피어난 구절초처럼 아이들이 해사하게 웃었으니 그것으로 되었다.
김밥과 컵라면 그리고 회원들이 챙겨온 먹을거리들로 풍성한 점심을 먹었다. 아이들은 탐진강에서 때늦은 더위를 식혔다.
아이들이 나이 든 아줌마와 즐거이 놀아주어서 고마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