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산 새하늘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박종삼 선생님과 함께하는 나주 역사문화탐방 시간을 가졌다.

먹구름이 낀 아이들에게 새로운 하늘과 꿈이 열리길 바라며 시작된 현산 새하늘 지역아동센터. 이곳의 센터장 김창숙(43)씨는 지난 2001년 경기도 안산에서 귀농한 도시여인이었다.

귀농을 시작할 당시 그녀의 눈에 비친 현산은 안타까운 곳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논바닥 위에서 몇 명 되지 않는 친구들끼리 뭉쳐 노는 아이들이 눈에 밟혀서였다.

대부분 농가 아이들이었다. 학교 숙제조차 해가지 않고 책을 읽지 않아도 농사일에 바쁜 보호자들은 신경쓸만한 여력이 없었다. 그녀에게는 기본적인 학습지도가 되지 않는 환경이 방치로 보였다. 예전만큼 아이들의 수가 많지 않아 아이들끼리만 놀기에도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주율학교 교사로서 아이들과 보낸 시간이 많았던 김 센터장의 마음속에는 숙제지도라도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커져만 갔다. 현산에도 공부방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직접 운영해야겠다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못하던 때였다.

이후 김 센터장은 다른 면의 지역아동센터에서 아동복지교사로 1년 반 동안 아이들을 돌봤다. 그 동안 현산에 있는 아이들이 자꾸 떠올라 마음고생 했단다. 결국 더 이상 미루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지난 2008년 새하늘 지역아동센터를 개소했다.

그녀는 일에 지친 부모가 아이들에게 충분한 교감을 해주지 못한 부분을 채워주리라 마음먹었다. 먹구름이 낀 듯한 아이들에게 새 하늘을 보여주겠다는 다짐이었다. 그렇게 생겨난 이름이 ‘꿈꾸는 아이, 행복을 여는 새하늘 지역아동센터’다. 지금도 김 센터장이 꿈꾸고 있는 신념이다.

처음에는 20여명 정도로 시작했다. 2010년 3월에서야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돈은 부족해도 갖은 노력을 다해 프로그램들을 진행했다. 도시아이들이 받는 여러 체험과 경험들을 농촌 아이들에게도 해주고 싶어서였다.

지금도 새하늘 지역아동센터는 체험활동과 문화활동에 큰 비중을 둔다. 아이들이 자신의 길이나 방향을 찾아내는 건 여러 방면을 경험하며 스쳐지나간 사소한 것에서도 발견해낼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어른이 되어 다른 길을 찾을 수도 있지만, 지역아동센터의 시간이 밑거름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란다.

“초기에는 교사들에게 인건비를 줄 수 없어 거의 모든 일을 혼자 도맡아 했었어요. 그래도 하나씩 준비해나가고, 순수한 아이들과 함께 지역아동센터를 꾸려나간다는 열정이 있어 굉장히 행복하고 사랑으로 충만한 시간이었죠”

현재 정원은 29명. 하지만 새하늘 지역아동센터를 찾는 청소년의 수는 이보다 많을 때도 있다. 중학생들이 자주 찾아와서다. 지역아동센터가 문을 열었을 때 다녔던 아이들이나, 3년 전 현산중학교와 협약해 진행했던 야간 자율학습에서 연이 닿은 아이들이 자주 찾아온단다.

현산에는 피아노 학원 한 곳을 제외하고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없다. 그렇다보니 학교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갈 곳이 없는 아이들이 새하늘 지역아동센터로 달려오는 것이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비율이 비슷할 정도다.

“비용 부담은 되죠. 때로는 받는 지원금보다 찾아오는 아이들이 많을 때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갈 곳이 없어 이 곳을 찾는다는 아이들을 어떻게 말리겠어요. 지역아동센터는 아이들에게 애정과 관심을 주기 위해 있는 곳인데 말이지요“

황산처럼 청소년 문화의 집 시설이 있었으면 하는 게 김 센터장의 바람이다.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을 수용할만한 인력과 공간이 부족하고, 연령대에 맞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공간 분리가 이뤄져야하기 때문이다.

현재 새하늘 지역아동센터는 현산면 복지관이었던 곳으로, 오래된 건물인데다 건물 천정이 석면으로 돼 보수공사가 필요하지만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비용 부담 때문에 보수공사는커녕 규모를 늘릴 수 없는 처지이기 때문에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이 더욱 간절하다.

청소년 시설 마련이 절실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오해 풀고 싶어

김 센터장은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사회적인 인지도가 확대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지역아동센터에 대해 잘 모르다보니 실제와 달리 오해가 생기기 때문이란다. 가장 흔한 오해는 외부 후원을 굉장히 많이 받는다거나, 학원과 비슷한 시설이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힘들게 운영할 이유가 있겠냐는 생각에서 비롯된 오해다.

하지만 큰 기업체나 공장이 없는 해남에서 후원이 들어오는 건 가뭄에 콩 나듯 드문 일이다. 이 때문에 외부 후원을 받기 위해 끊임없이 지원사업공모에 뛰어든다. 월 420만원의 지원금으로 인건비와 운영비, 프로그램비를 모두 해결해야 해 큰 비용이 드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외부 후원은 사실상 기존의 업무에 또다른 일이 가중되는 셈이다. 적은 인력 탓에 기존의 서류업무도 부담되는 상황에서, 공모서 제출부터 프로그램 운영 후 결과보고 등을 추가로 작성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아동센터에서는 아이들에게 하나라도 더 많은 경험을 쌓게 해주고 싶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이 부분을 몰라주는 주민들이 있어 야속할 때도 있지만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해주셔서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면 서러웠던 마음이 사르륵 녹는 기분이란다. 그만큼 지역주민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와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절실하다.

지역아동센터가 어떤 곳인지 관심을 갖게 되면 아이들이 무엇을 하는지 지켜보게 된다. 아이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살피다보면 지역과 사회의 방향까지도 만들어나갈 수 있을 거란다.

“아이들이 평생 새하늘 지역아동센터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는 거창한 계기는 아니더라도, 이 곳에서 받은 사랑을 다시 풀어낼 수 있는 튼튼한 디딤돌이 됐으면 하고 바랄 뿐이죠”

김 센터장은 자신과의 싸움이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며 힘든 점 중에 하나라고 말한다. 아이들이 좀 더 좋은 선생님에게 돌봄을 받았더라면 더 나은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어서다. 아이의 인생 한 부분을 함께 보내고 있다는 게 큰 중압감으로 다가온단다.

끊임없이 아이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돌봐야할지 성찰하는 김 센터장의 모습은 그녀가 아이들에게 멋진 ‘하늘’이 되어주는 걸 보여주는 게 아닐까. 자신의 자녀를 생각하듯 지역아동센터의 아이들을 바라보는 그녀의 품이라면 아이들도 행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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