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란노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은 지난 8월 14일 장흥 탐방을 다녀왔다.

“동네 아이들 다 업어가며 키웠다”는 농담을 들을 정도로 아이들을 좋아했던 화산 두란노지역아동센터 대표 윤재철(55)씨. 윤 씨는 아이들에 대한 한결같은 사랑을 나눠주고자 동갑내기 아내 박길순(55)씨에게 지역아동센터 설립을 제안했다.

20년간 교회에서 아이들에게 주율학습과 학생회 담당 봉사를 했던 박 씨는 묵묵히 윤 씨의 의견을 따랐다. 화산에는 아이들이 갈 곳이 없다는 걸 느끼던 차였다. 더군다나 유별날 정도로 아이들을 좋아했던 남편이었기에 뜻 깊은 일이라 생각했단다.

“26살 때 서울에서 시집와 남편의 권고로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는데, 아이들이 참 많이 왔어요. 화산은 면소재지도 많이 낙후된 동네다보니 아이들이 시간을 보낼만한 곳이 없어서였어요”

다양한 책을 읽고 싶어도 해남까지 가야 했던 아이들. 윤 씨 부부는 지역아동센터가 아이들을 품을 수 있는 도서관이 되길 바랐다. 그 염원을 담아 성경에서 도서관이라는 의미와 가르치는 장소를 뜻하는 ‘두란노’라는 이름을 지었다.

하지만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도서관처럼 꾸밀 수 없었다. 29인 시설로 허가를 받았지만 1년 넘게 지원금을 받지 못했던 탓이다. 책은커녕 아이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것도 버거웠다.

직접 농사지은 농산물들과 지인들이 후원해준 쌀과 채소들로 기본 식재료를 충당했고, 보험회사에 다녔던 박 씨의 월급으로 부식·학습 교구·생활용품 등을 구입했다. 자부담으로 29명의 아이들을 돌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처음 지역아동센터를 계획했을 땐 사랑으로 시작했지만, 직접 운영해보니 필요한 물품들이며 들어가는 비용이 어마어마하더라고요. 그래도 지금은 지원금 420만원이 나와 운영은 나아졌어요. 올해부터 급식비도 지원이 되고, 군에서도 될 수 있으면 간식비라도 더 지원해주려고 해요”

하지만 아직까지 제자리걸음인 것이 있다. 지역아동센터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들에 대한 처우다. 아이들을 돌보고 각종 서류작업에 치이지만 월급을 올려주는 것은 운영상 어려운 형편이다.

29명의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서는 대표 윤 씨와 센터장 박 씨 말고도 좋은 인력이 필요하다. 아이들을 위해 희생한다고 생각하면 월급은 적어도 되는 것 아니냐는 말들도 들려오지만, 노력하는 사회복지사들에게 정당한 보수를 제공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란다.

“우리나라는 아이들을 돌보는 직업들에 대한 처우가 아직 빈약해요. 아이들 돌보는 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이냐는 인식이 아직도 남아 있거든요. 그래도 열심히 일해주는 사회복지사분들이 있어 고마울 따름이죠”

아이들도 두란노지역아동센터를 좋아해 운영 시간이 아니더라도 틈만 나면 찾아온다. 아이들이 자꾸 찾아와 토요일에도 오후까지 문을 열고 아이들을 기다린단다.

29명의 아이들 중 유치부 5명, 초등부 16명, 중등부 8명으로, 초창기에 들어왔던 아이들은 벌써 대학생이 됐다. 명절이나 방학이 되면 잊지 않고 두란노지역아동센터를 찾는 아이들을 만날 때면 이 길을 택한 것이 뿌듯하단다.

사회복지사 처우 개선돼야
보호자들 이끄는 역할도 필요해

윤 씨 부부는 아이들이 어떤 길을 택하더라도 꿈을 크게 꾸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시골에서 자라더라도 자신이 잘 하는 분야에서는 리더가 됐으면 싶어서다.

사회를 보는 눈을 길러주기 위해 경제신문 읽기 수업도 진행하고, 여행동아리를 만들어 아이들의 독립심을 살리려 하고 있다. 여행동아리는 중학생 아이들 12명이 모여 올 겨울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데, 여행 지역 선정부터 숙소예약, 식당까지 아이들이 직접 결정한다.

윤 씨 부부는 아이들의 꿈과 비전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먼저 어른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단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을 대할 때 아이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이다. 평소에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안정감을 줄 수 있고, 말하기를 강요하지 않아도 먼저 대화하려 한다고.

“지역아동센터는 학교와 가정의 역할을 합쳐놓은 곳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아이들과 함께 만나 뛰어놀며 여러 경험을 하는 것과, 지역아동센터 선생님들과 오랜 기간 유대감을 얻고 사랑을 받는 것들이 학교와 가정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죠”

걱정되는 건 지역아동센터의 존속문제다. 지역아동센터의 아이가 줄어드는 건 그만큼 마을에 있는 아이들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윤 씨는 자신이 어렸을 때 화산초에는 1500여명의 아이들로 북적거렸지만 지금은 고작 60여명으로 줄어들었다며, 점점 줄어드는 아이들의 수가 농촌의 위기를 대변하는 것 같단다.

지역아동센터는 지역의 아이들을 돌보는 곳이기 때문에 지역사회와 운명을 함께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몇 명이라도 꿈을 키워줄 수 있다면 포기하지 않고 아이들을 위해 힘쓰겠단다.

윤 씨는 지역아동센터의 역할을 온전히 하기 위해서는 보호자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이들 마음의 가장 큰 바탕은 보호자들이 주는 충분한 사랑과 믿음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호자들에게도 충분한 교육과 고민이 필요하단다.

지역아동센터의 진정한 역할을 다할 수 있길 소망하며 윤 씨 부부는 오늘도 두란노지역아동센터의 문을 활짝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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