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 샘터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대학생 봉사자들과 함께 문화수업을 하고 있다.

옥천 영춘리 중앙교회 내부에서 왁자지껄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린다. 교회 한 켠에 마련된 샘터지역아동센터 건물에서다. 문을 여니 아이들과 탁구를 치느라 정신없는 고영훈(49)센터장의 모습이 보인다.

샘터지역아동센터는 지난 2005년 공부방으로 문을 열었다. 본래 목사 부부가 맡고 있던 곳이었는데, 지난해 11월부터 고 센터장이 지역아동센터를 책임지고 있다. 그의 어깨가 무거운 셈이다.

사실 고 센터장은 완도가 고향이다. 완도 읍사무소를 다니다 지난 2002년 그만두고 사설 공부방을 운영했었다. 맞벌이하는 부모가 많고 제대로 된 학원이 없는 완도에서도 아동복지는 큰 문제였단다.

이후 지인의 소개로 독서논술교사,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완도 청소년 문화의 집, 방과후 매니저, 지역아동센터 야간 보호교사 등으로 일하며 아이들을 대하는 마음가짐은에도 변화가 일었다.

“왕따 당하던 장애아와 소통하며 지냈던 적이 있어요. 꾸준히 대화나누고 상담하면서 아이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벅차오르더라고요. 힘들어도 행복한 삶을 사는 모습이 보고 싶어 아동복지에 푹 빠졌죠”

고 센터장이 옥천에서 살게 된 건 지난해 초 샘터 지역아동센터와 인연이 닿아 아동복지교사로 일하면서다. 그런데 그가 일한지 1년도 되지 않아 샘터 지역아동센터를 맡던 목사 부부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게 됐다. 센터장을 하기 위해서는 관련 기관 3년 이상의 경력자여야 했고, 마땅한 적임자가 없어 지난해 11월부터 고 센터장이 샘터 지역아동센터를 맡게 됐다.

“해보고 싶던 일이었지만 실제 운영해보니 어려움이 많더군요. 지원금이 많지 않아 월급이 적다보니 아이들과 오래 할 수 있는 안정적인 분을 구하기 힘들어요. 옥천 면소재지에 위치해 해남읍과 가까운데도 해남 분들이 지원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을 정도죠”

샘터지역아동센터의 지원금은 400여만원. 정원이 29명이기에 센터장과 생활복지사 1명이 의무다. 현재 생활복지사는 강진에서 출퇴근하며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어 프로그램을 짤 때도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또 같은 연령대라도 아이들의 수준차가 다른데 복지사가 적어 1:1 학습지도 시간을 낼 수 없는 점이 큰 아쉬움이다. 단순히 아이들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아이의 성장에 도움을 줘야 하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단다.

지원금 중 프로그램비 15%를 사용하고 나머지 금액으로 공과금을 내고 급여를 준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필요한 학습지나 물품 구입, 간식비등을 지출하고 나면 운영비가 빠듯해 급여를 많이 줄 수도, 올릴 수도 없는 형편이다.

지난해까지는 한국가스공사에서 1년에 300만원의 후원금을 보내줘 아이들 1박2일 여행지원도 보냈었지만 올해는 끊겼다. 공모사업에 뽑히지 않으면 비용이 많이 드는 체험을 하기 힘들다. 그래도 아시는 분들이 조금씩 후원을 해주셔서 고마운 마음이 크단다.

아이들 위한 문화시설 없는 옥천
지역아동센터 바라보는 편견 깨트려야

“옥천에는 아이들이 놀만한 문화시설이 전혀 없어요. 학원도 없고요. 옥천초에서 아이들 돌봄을 했었는데 올해부터는 없어졌죠. 마땅히 갈 곳은 없고, 집에는 아무도 없으니 지역아동센터로 오게 되는 아이들이 많아요”

학교를 마친 아이들이 갈 수 있는 문화시설이 없다보니 아이들에게는 샘터 지역아동센터에서 진행하는 기타·드럼수업, 체육시간 등의 다양한 수업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 사정을 알다보니 지역아동센터에 찾아오는 미등록 아이들도 놀 수 있도록 해주고 싶은 게 고 센터장의 마음이다. 하지만 아이가 다치게 될 경우 지역아동센터에 등록된 아이가 아니기 때문에 문제의 소지가 있어 마음껏 놀다 가라는 말 한마디 꺼내기 힘든 상황이다.

그나마 면소재지에 사는 아이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마을버스 타기도 힘든 리에 사는 아이들은 나오기도 힘들고, 막상 힘들게 나와도 마음 편히 놀 곳이 없다. 게임이나 TV 시청으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대다수다.

초등학생뿐만 아니라 중학생도 비슷한 처지다. 읍에서 학교를 다니기 때문에 좀 더 자유로워 보이지만 PC방에 가거나 도서관에 가는 것 말고는 갈 곳이 없다는 게 아이들의 설명이다.

“아들이 중학생이라서 중학생들에게도 돌봄이 필요하단 걸 크게 느껴요. 초등학생과 비교하면 중학생이 굉장히 어른스러워 보이는데 중학생도 아이들이거든요. 한창 예민해질 때라 정서적인 돌봄이 더 필요하고요. PC방을 전전하는 것보다 학습지도도 하고 여러 체험을 하는 게 아이들에게 더 좋죠”

샘터 지역아동센터에서는 고 센터장이 운영을 맡으면서 중학생도 받고 있다. 현재 중학생 9명, 유치원생 1명, 초등학생 19명이 이 곳을 이용하고 있단다.

고 센터장은 앞으로 학교 등의 관공서와 연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되길 바란단다. 아이들을 돌보는 곳인 만큼 학교 따로, 지역아동센터 따로 생각하면 효율이 나빠진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지역아동센터에 다니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다니지 않는 아이들에게도 교육과 돌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지역아동센터를 가정형편 어려운 아이, 사회에서 처진 아이들이 다니는 곳으로 바라보는 편견을 깨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농촌은 아이들 수가 적어 교우관계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지역아동센터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과도 어우러져 생활하기 위해서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아이들 모두 개개인이 다름을 갖고 있는 사람인데, 지역아동센터라는 특정 이미지 때문에 일반 아이들에게도 나타나는 문제점을 부각시킬 때면 가슴이 찢어진단다.

고 센터장은 소외되는 아이들 없이 ‘나는 우리’라는 생각으로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을 만드는 게 꿈이다. 아이들에게 자신만의 특기를 찾아주고 자신감과 자존감을 높여준다면 점점 아이 스스로 능동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을 거란다. 그렇게 된다면 서로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사회가 되지 않겠냐는게 그의 바람이다.

샘터 지역아동센터에서는 공모사업으로 클라리넷을 후원받아 배우고 있는데, 옥천초 아이들과 함께 공연을 하고 싶단다. 지역아동센터와 학교가 함께해 아이들을 키워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아이들을 돌보는 것은 가정형편을 떠나 모든 아이들에게 필요해요. 돌봄이 필요한 아이를 돌보는 것 뿐이니까요. 우리나라 아동복지 체계가 잡혀나간다면 대다수의 아이들에게 돌봄을 제공해야한다고 봐요.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들도 아동교육에 대해 관심을 갖고 능동적으로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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