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선 안에 직선이 있다
-김준태 시인(1948~ )

칼과 흙*이 싸우면
남자와 여자가 싸우면
권력과 노래가 싸우면

칼이
남자가
권력이

단판승單板勝에선 이긴다

그러나 두 번 세 번 붙고
여덟아홉 번이 지나면

흙이
여자가
노래가

어김없이 이긴다

곡선 안에 직선이 있는 법

허허 이 사람아 그런가 안
부드러워진 형님 목소리가
나를 옴짝달싹 못하게 한다

아아 해남이여 영원한 청춘의 반도여**
남도의 하늘밭
차오르는 강강술래여


*김준태 시인의 시 제목
**김준태 시인의 「아아 광주여 영원한 청춘의 도시여」에서


<시작메모>
마산면 금자리 숙부님 밭에서 참깨를 낫으로 베다가 거센 모가지에 손바닥이 다 쓸린 적이 있다. 그러면서도 김준태 형님이 쓴 「참깨를 털면서」 가 생각이 비죽이 웃은 경험이 있다.형님은 열혈 청년, 5․ 18을 온몸으로 건너셨다. 숙부님만 달랑 혼자 남으신 고향. 밭일도 이젠 다 접고, "아가, 모가지까지 털어져선 안 되느니라." 그렇게 꾸중을 할 할머니도 안 계시니 하늘이 넓기만 하다. 

 

 
 
<이지엽시인 약력>
-해남군 마산면 출신
-1982년 한국문학 백만원고료 신인상과 198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어느 종착역에 대한 생각>과 시조집<사각형에 대하여>외 다수.
-중앙시조 대상, 유심 작품상 등 수상, <현대시 창작강의>외 저서 다수.
-계간 <열린시학>과 <시조시학>주간. 현재 경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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