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엄마에요. 아이들이 올바르게 자기 몫을 해낼 수 있는 한 사람으로 성장하는 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해요”

해남읍 해리의 한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면 담장에 알록달록 벽화가 그려진 건물을 만날 수 있다. 지난 2008년 문을 연 해찬솔지역아동센터다.

해찬솔지역아동센터는 황진경(40)센터장의 공부방에서 시작됐다. 디자인 전공인 황 센터장은 미술 수업을 하며 아이들과 접할 기회가 많았고, 결혼 후 공부방을 차렸다.

그런데 수업이 끝나도 돌아가지 않는 아이들이 많았단다. 집에 가라고 내보내도 공부방 근처 놀이터에서 놀다 가는 모습이 안타까워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됐다. 함께 요리도 하고 이야기 나누며 가까워지니 아이가 집에 일찍 가려 하지 않는 이유를 알게 됐다.

“왜 가지 않느냐고 물어보니 ‘집에 아무도 없어서요‘, ‘부모님은 일하러 가셔서요‘라고 말하더라고요. 어차피 집에 가도 혼자라서 할 게 없어 여기에 있겠다는 거죠. 그러던 중 지역아동센터를 알게 됐어요”

주변에서는 지역아동센터를 하고 싶다는 그녀를 말렸다. 3년을 마음 고생하던 황 센터장은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마음을 접기 위해 태국 배낭여행을 혼자 다녀왔다. 하지만 오히려 다녀오고 나니 해야겠다는 마음이 굳어졌단다.

그녀는 한부모 가정으로 자랐던 어린 시절이 떠올라 아이들을 그냥 둘 수 없었다고 한다.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의 심정을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줄 수 있는 게 많지 않아도 엄마의 마음으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해찬솔에는 일반가정 아동이 3명밖에 없어요. 하지만 아이들은 그냥 아이들이에요. 가정환경도 영향을 줄 수 있겠지만, 주위 어른들이 관심을 갖고 교육을 한다면 그 시기 평범한 아이들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시작된 해찬솔지역아동센터. 대부분 교회에서 시작하던 것과 달리 개인으로 시작해야 했기에 고충도 많았다. 건물 2층에서 운영하다보니 아이들 소리에 민원이 들어와 지금의 위치로 이사도 했다.

운영 6년차이지만 차량이 없어 단체로 이동할 때면 차량자원봉사자들이나 주위 사람의 도움을 받는다. 차량 지원을 받기 위해 여기저기 공모사업에 응모하고 있지만 번번이 탈락해 아쉬울 때가 많다.

지원금도 면단위 지역아동센터보다 20만원이 적다. 같은 농어촌이지만 읍내에 위치하고 있어 인구수가 도시에 속하기 때문이란다. 황 센터장을 포함한 세 명의 사회복지사 인건비와 프로그램 비용, 운영비 등을 충당하기엔 빠듯한 금액이다. 가끔씩 주변에서 보내주는 후원이 큰 힘이 된다.

“복지재단 공모사업 등을 많이 하려고 해요. 운영비가 적어도 어떻게든 아이들에게 여러 기회를 주고 싶어서 시도하고 있죠. 정부 조사 서류준비나 아이들 활동사항을 기록하고, 학습지도나 예절교육까지 하다보면 몸이 두 개라도 남아나질 않아요”

운영 빠듯해도 주위 손길에 힘이 나
장기적인 인성교육 중점

29명의 아이들 중 2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초등학생 아이들로 이루어진 해찬솔 지역아동센터. 아이들 연령대에 따라 그들만의 문화가 있다고 생각해 유치원생은 받지 않고 있다.

그녀는 인성교육에 중점을 둔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행동을 보고 자연스럽게 습득하거나 어른들의 가르침을 통해 ‘이렇게 해야한다’는 것을 인식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반복해서 이야기해주고 왜 해야 하는지 알려주면서 아이들에게 예의·예절이 자연스럽게 습관이 되도록 만들고 있다. 사람과의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배우게 하고 싶단다.

또 아이들이 누리는 문화와 체험이 무한정 주어지는 자유가 아니라 책임이라는 부분도 늘 일러주는 부분이다. 해찬솔지역아동센터에 보내주는 호의는 후에 다른 아이들에게 사랑을 베풀 수 있는 어른이 되길 바란다는 마음임을 알려주는 것이다.

“지역아동센터 아이들뿐만 아니라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는 갖고 있는 것에 대한 소중함과 책임감을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몇 달 돌보고 끝나는 게 아니라 5~6년은 함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아이의 미래를 봐야하거든요”

이를 위해 동아리 활동을 많이 진행한다. 아이들의 책임감과 자립심을 높여주기 위해서다. 기타, 연극동아리 뿐만 아니라 올해부터는 요리 동아리도 시작했다. 매주 토요일 진행되는 동아리 수업에는 지역아동센터를 졸업한 중학생 아이들도 참여해 교류하고 있단다.

최근 걱정거리는 중·고등학생 아이들이다. 연령별로 문화가 다른데다가 중학생이 되면 교과과정이 판이하게 달라져 대부분 지역아동센터를 나가게 된다. 이후에도 꾸준히 교류하고 상담해주고 싶지만 3명의 복지사로 지역아동센터를 꾸려나가는 것도 벅차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엄마이기 때문에 드는 고민도 많다. 센터장으로서는 문화적인 걸 많이 누리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엄마로서는 학습적인 부분도 놓칠 수 없다고 생각한단다.

“아이들 때문에 고민도 하고 투닥거리기도 하며 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역시 지역아동센터 하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에게 무언가 줄 수 있겠다 싶어 시작했던 일에서 오히려 지금은 제가 기운을 받고 있달까요. 그 자체로 감사하고,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는 해남이 됐으면 좋겠어요”

한편 해찬솔지역아동센터 후원 및 자세한 문의는 (061-533-7935)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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