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의 살갗
-김남주


관속 같은 0.75평 방에서
햇살과 무연한 봄과 바람을 그리던 시인
홍시 한 알의 까치밥에서
“조선의 마음”을 읽던 시인

뒷일을 보던 아낙의
잘 안보이던 엉덩이를 가늠하며
초승달 째지게 웃듯 그 능청스런 농도 풀어내던
천상의 서정시인

서점 ‘카프카’와 벼린 민중의 정신과
프란츠 파농과 체 게바라가 걸은 형극의 길
지하의 물이 숨죽여 흐르듯 인내하면서도
우윳곽에「다산이여 다산이여」
칼로 새겨 혼신으로
목민을 그리던 시인

독재가 물러가고
이념의 적들도 사라진 이 한반도에
이제는
“자유의 나무”가 되어
새의 희망을 노래하는 시인

해의 살갗!
햇살을 가장 사랑한 뜨거운 시인


<시작메모>

해마다 고산문학 축제 때 전국문인들을 모시고 해남을 방문하면 늘 김남주시인의 생가를 갑니다. 처음에는 쓰러져가는 초가에 차마 볼 수 없을 정도였는데 이제는 제법 모양새를 갖추고 독방체험실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념사업회 김경윤 시형의 노고와 군에서 도와준 결과입니다. 길 건너 마주보이는 곳에 고정희 시인의 묘소가 보입니다. 살아생전에는 혼담도 오갔다는데 두 분 다 세상 뜨신 지 이십 년이 지났으니 세월이 참 무상도 합니다. 지금쯤 보리밭에 햇살이 참 왁자하겠네요.

 

 
 
<이지엽시인 약력>
-해남군 마산면 출신
-1982년 한국문학 백만원고료 신인상과 198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어느 종착역에 대한 생각>과 시조집<사각형에 대하여>외 다수.
-중앙시조 대상, 유심 작품상 등 수상, <현대시 창작강의>외 저서 다수.
-계간 <열린시학>과 <시조시학>주간. 현재 경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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