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황사(美黃寺) 노을

이지엽

땅끝 아름다운 절, 미황사를 아는가
달마산 깎아지른 비경에
병풍바위마저도
절절한 기도가 되어
바다를 굽어보는 절
의연하게 서서
다도해 수많은 섬들을 다스리는 절
검은 돌이 갈라지며
검은 소 한 마리가 나와
멈춘 곳에 지어진
소 울음소리 아름다운 절
그 소 울음 노을에
응진당(應眞堂)앞· 수국들 몸 비벼
작은 꽃잎 떨릴 때
관매도와 팽목항 사이로 지는
세상에서 저녁노을이
제일 아름다운 곳
이제는 차마 볼 수 없어 차마 볼 수 없다고
금강 스님 그만 돌아서는 저녁답
아이들 붉은 울음,
뚝뚝 동백 울음이 지는 등성이에
달도끼로 찍어내고 바람 자귀로 빚어 올린
너무 부시도록 흰 순수의 노래 넘치누나
큰 소쿠리 엎어놓은 듯 기슭마다
달빛이 저리 넘쳐흘러
저 어린 울음이 기어이 배를 띄우고
고해(苦海)를 넘어 하늘로 하늘로 가는구나

 

<시작메모>
땅끝 달마산 자락에 자리 잡은 미황사는 우리나라 육지의 절 가운데 최남단에 있습니다. 세월호의 비극인 진도 앞바다의 사고 현장이 직접 보이는 유일한 사찰입니다.

그러나 미황사도 그런 비극을 몸소 겪었던 절입니다. 120여년 전 미황사 군고패가 중창불사에 필요한 시주를 위해 청산도로 공연을 가던 도중 배가 침몰해 스님 40여 명이 숨진 것이 그것.

이런 비극을 견디고 금강스님은 불사를 이어가며 템플스테이와 한문학당, 괘불제, 산사음악회 등 문화 마인드를 깊고 넓게 펼치고 있습니다.

금강스님은 세월호 사고 직후부터 진도로 출근합니다. 예불·치유상담을 하고 있는 거지요 세상에는 그래도 이렇듯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어 살맛나게 합니다.

 

 
 
<이지엽시인 약력>
-해남군 마산면 출신
-1982년 한국문학 백만원고료 신인상과 198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어느 종착역에 대한 생각>과 시조집<사각형에 대하여>외 다수.
-중앙시조 대상, 유심 작품상 등 수상, <현대시 창작강의>외 저서 다수.
-계간 <열린시학>과 <시조시학>주간. 현재 경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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