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의 90%가 입소문을 듣고 일부러 찾아온다는 식당이 있다. 삼산 대흥사 상가 내 전주식당이다. 대흥사 입구 상가에 위치하고 있는 전주식당의 대표음식은 특유의 향이 진한 표고버섯으로 푸짐하게 차린 표고전골이다.

표고전골은 김성환(60)대표와 아내 박미순(58)사장의 합작품이다. 부부가 전주식당의 문을 연지 올해로 26년차. 사업 실패의 역경을 딛고 식당을 개업한 지난 1989년, 표고전골은 메뉴에 없었다. 갈비와 장어구이 식당으로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주방장까지 따로 두었지만 장사는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대론 안 되겠다 싶었던 부부는 한창 관심사로 떠오르던 ‘웰빙음식’을 만들어보자고 결심했단다. 건강하면서도 독특한 음식, 그러면서도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게 목표였고 마침내 표고전골을 상에 올리게 됐다.

표고전골은 먼저 기본이 되는 육수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된다. 무·다시마·양파 등과 박 씨만의 노하우가 담긴 식재료들을 넣고 우려낸 뒤 소금간을 한다.

육수가 준비되면 손님상에 나가기 전 전골 세팅을 시작한다. 먼저 얕은 전골냄비에 당면을 넉넉히 담고 준비한 육수를 붓는다. 그 위에 간장양념을 살짝 해 절인 표고버섯이나 생 표고버섯을 푸짐히 올린다. 표고버섯은 직접 기른 표고버섯이나 재료가 모자라면 해남과 장흥에서 구입한 표고버섯을 사용하고 있단다.

표고버섯 주위로 각종 채소, 두부, 소고기, 해물 등을 차곡차곡 올려 담아낸다. 채소와 해물은 제철 재료를 올리기 때문에 그때그때 다르단다. 요즘은 쑥갓, 죽순과 바지락 등이 올라간다. 마지막으로 샛노란 달걀노른자로 화룡정점을 찍으면 먹음직스런 전골 모양새가 난다.

준비된 표고전골을 자작하게 끓여 육수가 재료에 배고 은은한 표고향이 퍼지기 시작하면 전골을 먹을 때다. 간이 자극적이지 않아 남녀노소 부담 없이 먹을 수 있고, 대흥사를 찾는 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있단다.

여기에 박 씨가 직접 담근 3년 된 묵은지와 함께 싸 먹는 것도 색다른 맛이다. 박 씨는 매년 800여포기의 김장뿐만 아니라 부추김치, 갓김치 등 표고전골과 함께 나오는 8가지의 밑반찬들도 손수 준비하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 음식을 맡기면 식당 고유의 맛을 지킬 수 없기 때문이란다.

전주식당의 또 다른 인기메뉴는 산채비빔밥이다. 전주식당의 자랑 표고버섯과 고사리, 취나물, 각종 제철채소를 푸짐히 넣어 매콤한 양념에 비벼먹는다.

여기에 표고버섯과 당근, 양파 등 채소와 함께 두툼하게 부쳐낸 표고산적도 전주식당만의 독특한 메뉴다. 한 접시 가득 나온 전에 동동주 한 사발 들이키기도 좋고, 표고버섯 특유의 향을 싫어하는 아이들도 쉽게 접할 수 있어 자녀와 함께 먹기에도 좋다.

전주식당은 표고전골 덕분에 지난 1995년 제2회 남도음식대축제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TV프로에도 출연했다. 소위 말해 유명세를 탄 식당이다. 대흥사를 찾는 관광객들이 예약하고 찾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관광철 성수기에는 400여명의 손님들이 방문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비수기에도 꾸준히 단체손님 예약이 들어온단다.

하지만 부부에게는 유명세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음식은 철학이다’는 마음가짐으로 정성과 자부심을 지켜나가려는 자세다. 대표 김 씨의 대쪽같은 성격은 음식에 대한 자신감에서 나온단다.

또 먹을 만한 음식을 먹을 만큼 제공한다는 게 원칙이다. 음식 가짓수가 많아도 젓가락이 가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상차림이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박 씨는 음식 준비로 아무리 바빠도 손님상을 꾸준히 둘러본다. 어떤 손님은 무슨 음식을 남겼는지, 어떤 음식이 많이 남았는지 등을 파악해 다음 상차림에 참고하기 위해서다. 손님들 입맛에 맞으면서도 고유의 맛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단다. 영양 가득한 표고버섯처럼 맛과 정성이 꽉 찬 전주식당의 모습을 만들어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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