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

이지엽

태백 큰 동맥이 차령으로 달려와
무등과 월출, 두륜으로 이어져
해남반도를 이루더니
드디어 그 끝이 바다와 만나고 있네

옴팡진 칡머리 마을 돌아 산줄기 봉긋하게 솟아난 곶
사자봉(獅子峰)도 천연히
물에 몸 담궈 다도해 섬들을 지긋이
손끝으로 떠올리고 있네

깎아지른 해식애(海蝕崖)의 의자에 앉아
판상절리(板狀節理) 암반에 발을 묻고
갈두항, 보길도, 노화도, 넙도를 돌아돌아
저 멀리 갈치 속젖 같은 추자도(楸子島) 아니, 더 멀리
한라산 그 흰 눈썹까지 헤아리고 있네

끝은 늘 아쉬움이 남고 시대를 거스르지만
반골의 뜨거움은 새로운 세계를 여는 문(門)
동백 또렷한 울음소리들 받아 섬들이 또록또록 일어서고
언제나 바라보아도 울울한 남도의 정직한 울음들
오늘 비로소 몸 낮은 평화가 되었네 소금이 되었네

 

<시작메모>
땅끝. 북위 34°17′21″, 동경 126°31′22″. 전라남도 해남군 송지면 송호리에 있는 한반도의 최남단에 해당하는 곶이 땅끝입니다. 한 가닥은 노령산맥이 되어 무안반도(務安半島)와 압해도(押海島)로 뻗어 내리고 또 다른 한 가닥은 무등산(無等山)을 거쳐 해남반도를 형성하는데, 이 반도의 끝이 바로 땅끝인 셈입니다. 땅끝은 반도의 마지막 끄트머리지만 국토순례는 늘 이곳에서 시작합니다. 끝이 아니라 시작인 셈. 생각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변혁의 땅, 희망과 물감자와 소금의 땅! 해남이여. 영원하라.

 

 
 
<이지엽시인 약력>
-해남군 마산면 출신
-1982년 한국문학 백만원고료 신인상과 198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어느 종착역에 대한 생각>과 시조집<사각형에 대하여>외 다수.
-중앙시조 대상, 유심 작품상 등 수상, <현대시 창작강의>외 저서 다수.
-계간 <열린시학>과 <시조시학>주간. 현재 경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저작권자 © 해남군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