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세알을 심으면 한 알은 땅 속의 벌레에게, 다른 한 알은 날아가는 새에게, 남은 한 알은 잘 자라 사람이 먹는다는 동화가 있다. 나눔을 베풀고 자연과 사람이 함께 공존하는 뜻이다. 전남형 예비 사회적기업 ㈜콩세알의 의미다.

사회적기업이란 비영리조직과 일반 영리기업의 중간에 위치해 있다. 수익창출 활동을 하지만, 얻은 수익은 사회적 목적을 위해 우선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소외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사회서비스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해남의 사회적기업 콩세알은 지난 2011년 5월 문을 연 12평 공간의 작은 초록가게부터 시작됐다.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해남광장에서 자그마한 바자회를 열었었는데,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름다운 가게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본격적인 가게를 준비하게 됐다.

재활용 생활제품이나 의류 등을 판매하다 사회적기업 제도의 문을 두드린 지 벌써 2년. 초록가게는 40평 넓은 공간으로 이사했고 1톤 차량을 구입해 직접 재활용품을 수거하기도 할 정도로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수익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기부하거나 교복을 지원하고, 무료 급식봉사에 보태는 중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쉽지만은 않았다. 콩세알 운영을 시작한 새롬교회 이호군목사는 처음 시작할 때에 초록가게를 반대하는 사람도 많았다고 말한다. “군에서 재활용품을 판매한다는 게 쉽지 않을 거라는 게 이유였지요. 공급도 원활하지 않을 것이며 재활용품을 살 사람이 많지 않을 거라고요. 하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았어요”

초록가게가 첫 선을 보였을 땐 강남의 큰 교회에서 8톤가량 재활용품을 지원받아 시작했지만, 지금은 해남 내에서도 기증받는 물품이 많이 늘었다.

의류뿐만 아니라 가전제품, 가구 등 다양한 물품이 들어오며 필요할 때 구입하고 다시 기증하는 사례도 생긴단다. 다문화가정뿐만 아니라 어려운 형편의 이웃들이 구매하러 오는 경우가 많단다.

콩세알의 초록가게는 자연 순환운동이다. 버려지는 물품을 다시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환경을 지키고, 폐기처분되는 과정을 없애 수고비용을 줄인다. 기증한 사람은 나눔문화를 직접 실천하고, 사는 사람은 저렴하게 필요 물품을 구입해 가계에 보탬이 된다.

또 초록가게 관련 일을 통해 일자리가 창출되고, 얻은 수익금은 다시 어려운 이웃에게 환원되니 일석삼조라는 말로도 부족할 지경이다.

이 모든 것은 ‘관계’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자연과 사람과의 관계, 나와 이웃 간의 관계가 든든히 연결돼야만 가능한 것이다. 사회적기업은 서로의 관계와 중요성을 재확인시켜줄 수 있는 중요한 연결고리다.

이호군 목사는 사회적기업을 통해 해남에 돌아오는 사람들이 자립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해남이 행복한 지역으로 나아가려면 지역 내에서 순환하는 시스템이 필요하고, 지역을 떠난 사람이 다시 돌아올 수 있게 만들어야 해요”

현재 해남은 도시로 떠난 젊은 사람들이 다시 돌아왔을 때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이 부족한 상태라는 게 그의 의견이다. 다른 사람과 나누고 베푸는 ‘사랑’의 삶을 실천하며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단다.

해남이 더 발전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어떻게’ 발전할 것인 가이다. 많은 돈을 벌고, 많은 소비를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더 큰 관광지, 더 큰 산업시설 등을 원하기 전에 주변으로 눈을 돌려 ‘이미 갖고 있는 것’을 개발하고 발전시키려는 움직임이 필요해 보인다. 이 움직임에 사회적기업 콩세알이 어떤 역할을 할지 앞으로의 모습이 기대된다.

한편 물품 기증문의는 (061-535-4979)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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