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채밭에서

이지엽

삶이란 때로
봄 세상의 나들이,
조그맣고 아름다운
병아리떼 종종거림 같은 것
남도 땅, 물오르는 남도 땅
유채꽃밭 같은 것.

더러 그만그만한 울음과 부대낌 섞여
다 떠나고 빈 산천
저 홀로 깊어가도
저것 봐, 물살 환한 그리움으로
살아오는
그것.

 

<시작메모>

한국의 봄 빛깔은 역시 노란 색이다. 개나리도 산수유도 유채밭도 다 노랗다. 종종 걸음의 병아리떼도 노랗고 올봄에 새로 교문에 매달린 많은 리본들도 다 노랗다. 노란 마음에는 함께하는 진실한 눈빛들이 보인다. 사랑하고 용서하는 마음이 있다. 소금과 같은 화목의 마음이 있다. 늦어도 탓하지 않고 기다리는 마음이 있다. 기다리고 울먹이고 붙잡는 그 따뜻함이 이 봄을 견디게 하고 있다.

 

 
 
<이지엽시인 약력>
-해남군 마산면 출신
-1982년 한국문학 백만원고료 신인상과 198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어느 종착역에 대한 생각>과 시조집<사각형에 대하여>외 다수.
-중앙시조 대상, 유심 작품상 등 수상, <현대시 창작강의>외 저서 다수.
-계간 <열린시학>과 <시조시학>주간. 현재 경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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