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 이후 관광객도 없어

“한 마디로 말하면 경기가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르고 그래. 당장 내일 생각하면 한숨 나올 정도지”

황산면 경기를 가장 먼저 체감한다는 남리 매표소 할머니는 요즘 제일 많이 듣는 말이 ‘못 살것다’다. “우리 면내 마을버스표가 1200원이야. 이 표가 많이 팔릴수록 사람들이 면 소재지라도 나와서 음식도 사고 머리도 한다는 뜻인데, 평소에 비하면 판매수가 30%정도 떨어졌어”라며 “읍내 버스표도 잘 안팔린다”고 말했다.

요즘 황산면 면소재지 상권 분위기는 착 가라앉아 있다. 모 마트 업주는 해가 갈수록 순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체 매출은 꾸준한 편이지만, 제품 가격대는 크게 오른데다가 찾는 손님 수는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손님이 줄자 세를 줬던 정육점, 분식 코너도 직접 운영하게 됐다.

업주는 최근 4~5년 중 올해가 가장 힘든 것 같다며 농산물 가격 하락을 원인으로 꼽았다. 농사짓는 사람들이 대다수다보니 지역경제가 농산물 가격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황산이 배추 하는 사람이 많은데, 배추 가격이 이번에 좋지 않았잖아요. 그러니 농민들 돈이 얼마나 있겠어요? 많이 쓸 돈은 없죠”

배추 가격이 떨어져 팔지 않고 갈아엎을 정도면 더 이상의 할 말은 없을 정도라며 면 지역에서는 농산물가격 잘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모 주민은 수입농산물과의 경쟁도 농촌 경기에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지금 황산에 고추를 심은 사람이 많은데, 고추가 많이 수입돼 농사가 잘 되도 좋은 가격을 받지 못할 것 같다”는 의견이다.

모 음식점은 한창 저녁식사를 준비해야 할 시간에 테이블에 앉아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요즘 아예 안 돼. 농산물 가격을 잘 받으면 사람들이 돈을 쓰러 나오는데 요즘 농산물 가격, 그게 가격인가요? 양파농사 짓는 사람한테 농사 어떠냐고 물어보지도 않아”

농산물 가격 하락에 농촌 분위기가 얼어붙으며 뜨내기손님들도 많이 줄었다. 농산물 가격을 잘 받을 때면 작업을 위해 사람을 쓰는데, 그 사람들이 식사 등을 하며 생기는 소비활동이 최근에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인력소를 함께 운영 중인 모 가게는 “작년 겨울부터 농사가 돈이 안 돼 하루 5~6만원 하는 인력을 쓸 만한 여력이 없다”며 “농산물 가격을 잘 받는 경우는 3~4년에 한 번 정도나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거래를 위해 방문하는 상인들 수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여기에 많은 염전들이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하면서 염전 인부들이 사라지게 되는 점도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황산면 전체 인구수 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노인 인구 비율의 증가도 문제라는 의견이다. “노인들이 음식같은 걸 사먹으러 얼마나 나오겠어? 혼자 사는 노인들도 많은데. 30대~50대 중년 소비층이 있어줘야 하는데 읍으로 가거나 목포까지 가버리잖아”

모 치킨집은 “노인들이 많다보니 치킨 시켜 드시는 분들 거의 없다. 가끔 학생들이 있는 가정에서 주문하거나 학생들끼리 음식 먹을 곳이 없어 찾아오는 게 대부분이다”고 답했다. 또 4차선 도로가 생기면서 길목 역할을 했던 장소의 상권이 침체되며 근방의 가게들이 더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그나마 있던 젊은 사람들도 쉽게 읍으로 빠져나가고, 문내나 화원 주민들도 황산에 오지 않는다는 상황이다. 화원 등으로 가기 위해 거쳐야 했던 길목이었지만 이제는 사람 찾아보기 힘든 곳이 됐다.

남리 5일장도 조용한 분위기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겨도 좌판 위 물건들은 줄어들 줄 모른다. 일부 건어물 장사를 제외하곤 파리만 날리는 수준이었다. “바다 막기 전에는 온갖 수산물이 남리로 모여 송지장과 경쟁할 정도였는데 지금은 우수영장보다도 못한 수준이다”며 “사람이라도 많으면 시장 손님이 많을 텐데 안 그래도 적은 손님까지 읍으로 빠져 나간다”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황산면의 미래가 어둡다는 의견이 많았다. 농산물을 제외하고 돈이 나올만한 부분이 없다는 것이다. “공룡박물관 있어도 서너 시간 관람하고 밥 한 끼나 먹고 가면 다행이죠. 박물관 근처 식당이나 매점은 잘 될지 몰라도, 지역상권에 돈 돌기 힘들어요”

공룡박물관은 체류형 관광지가 아닌데다가 아이들이 체험하거나 뛰놀 수 있는 놀이시설이 없어 여행객들을 오래 머무르게 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또 황산면에는 관광객들이 투숙할만한 곳이 없어 손님들을 잡아놓기가 힘든 상황이다.

최근에는 박물관 근처 식당들도 경기가 어렵다고 답했다. 진도 세월호 사고 이후 박물관을 찾는 수학여행팀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박물관측은 사고 이후 초등학교 및 고등학교, 스카우트연맹 등 13건의 예약이 모두 취소됐다고 밝혔다.

식당 업주는 “지금이 한창 수학여행 다닐 시기인데 다 취소돼서 사람이 없어. 축제들도 다 취소되고”라며 “농사철 일하러 오는 사람도 줄었는데 관광객도 찾아오지 않으니 예년에 비해 매출이 1/3정도로 줄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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