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는 물질적으로 풍족한 사회다. 꼭 필요하지 않더라도 구입할 수 있고, 멀쩡한 물건이지만 전혀 활용하지 않기도 하며, 또 그 과정에서 버려지는 물품들도 허다하다. 음식이나 식재료도 마찬가지다.

푸드뱅크는 여유분의 식재료나 물품을 모아 도움이 필요한 곳으로 보내는 전국적인 시스템이다. 소외계층을 위한 일종의 사회 안전망이라고 할 수 있다.

해남에서는 지난 2000년부터 기초푸드뱅크를 도입했으며 해남군자원봉사센터에서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기부받은 물품은 군내 복지 시설이나 희망복지지원팀의 사례대상자, 기초생활수급자 등에게 배분하고 있다.

하지만 푸드뱅크는 군민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군내 마트 등에도 푸드뱅크 기부 공간을 마련했지만 들어오는 물품의 양은 많지 않다. 농산물 등을 직접 생산하는 지역 특성상 도시에 비해 물품을 기증받기가 어려운 여건이다.

오뚜기라면, 남일상회나 푸드뱅크를 아는 군민들이 형편이 될 때마다 도움을 주고 있어 한 달 평균 10건의 기부가 들어온다. 알고 있는 사람들을 통해서만 유지되는 것이다. 광역푸드뱅크에서 물품이 배분돼 오기도 하지만 이 역시도 규칙적이지 않다.

기증 받는 것도 난관에 봉착할 때가 많다. 위생상 문제가 있을 수 있는 음식이나 식재료를 기증하겠다고 한다거나, 배추·무 등을 기부할 테니 직접 밭에서 작업해가라는 경우도 있었다. 푸드뱅크를 쓰레기처리장으로 생각하는 사람까지 있었다.

광역푸드뱅크에서 물품을 배분받는 것도 직접 수거해야 한다. 차량 봉사자가 전북까지 올라가야 할 때가 있을 정도로 물품을 기증받는 길은 험난하다.

하지만 푸드뱅크를 통해 음식을 전달받는 이웃들이 있어 자원봉사자들은 힘을 낸다. ‘나눔’의 실천이 타인에게만 행복한 일이 아니라 자신에게도 돌아오는 기쁨인 것을 알기 때문이다.

조재붕 사무국장은 “어려운 상황에 처한 이웃들을 위해 한 끼를 대체할 수 있는 음식이나 식재료가 필요하다”며 “비누나 치약 등 일반 생활제품들도 기부 받아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푸드뱅크는 20개의 시설·단체와 3458명의 군민에게 물품을 전달했다. 제공 건수만 1만 4846건. 활동실적으로서의 통계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다 같이 잘 살자’는 누군가의 생각이 만들어낸 숫자라는 게 중요하다.

나눔이 진정 아름다운 문화가 되기 위해서는 나누는 사람도 나눔 받는 사람도 ‘나눔’이면의 누군가를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 타인을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게 만들었을 때 나눔의 의미가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푸드뱅크를 통해 나를 위한 소비에는 적극적이지만 타인을 위한 나눔에는 소극적인 것은 아니었을지 고민해보는 건 어떨까. 푸드뱅크에 관한 자세한 문의는 해남군자원봉사센터(061-530-5760)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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