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에 있는 비땅(부지깽이)으로 갈퀴나무 싹싹 긁어모아 불쏘시개 했었지. 귀뚝(굴뚝)에 냉갈내 폴폴 날리면 맛난 밥이 지어졌어” 추수 끝난 들녘에 서있으면 정들었던 옛집 생각이 절로난다. 쌀쌀한 바람결에 실려 오는 냉갈은 언제나 그리운 추억의 향기이고, 꿈꾸는 듯 아득한 고향의 냄새다.
정원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해창주조장. 이곳의 주인장이 된지도 벌써 8년째. 우연히 여행길에 해창막걸리 맛에 홀딱 반해서 도시생활을 청산한 후, 술 빚는 일에 흠뻑 젖어 버렸다. 정성으로 새날을 여는 부부는 오늘도 변함없이 걸쭉한 맛의 예술을 빚는다. 오로지 고유의 맛과 멋을 지키고 싶어서 정성으로 술을 빚는다.
아침안개 자욱한 밭에서 부부는 농사일이 바쁘다. 익숙지 않은 자세로 일을 하자니 벌써부터 오금이 저린다. 몇 번이고 자세를 바꿔 보아도 쭈그리고 앉아서 하는 일이 남정네 몫은 아닌 것 같다. 벼 수확이 끝나고 시작되는 마늘파종은 추위가 오기 전에 싹을 틔워낸다. 마늘은 논밭 어디에서든 혹독한 계절을 보낸 후 이듬해 봄, 알싸한 향을 품는다.
이만하면 되겠거니 생각해봐도 올해는 또 얼마나 많은 시름을 견뎌내야 하는 것일까. 길을 지날 때마다 풍요로운 들녘 너머로 농부의 한숨소리가 자동차 궤적처럼 달려든다. 차라리 빛의 산란과 함께 톡톡 튀는 물줄기의 춤사위가 얼마나 당당한 것인지. 타들어가는 갈증이 찾아올 때마다 스프링클러는 언덕위에서, 들판에서, 온 세상을 촉촉하게 모두의 가슴을 적시고 있다.
김매기작물을 심고 가꾸는 일은 정성이다.그래서 논밭의 김매기는 시도 때도 가리지 않는다.이른 아침부터 비탈 밭에는 사람들의 대화가 부산스럽다.오늘은 종일 쭈구리고 앉아서 건너 밭까지 가려면 가야할 길이 구만리. 삶을 사는 것도 정성이어서, 잘 키워놓은 자식들 이야기와 까마득한 세상사를 꺼내들면 우리가 살아온 세월도 자연의 이치와 같다.산비탈 깎아놓은 잔등너머로 어렴풋이 아낙들의 이야기가 들려온다.
봄소식하늘빛 그려진 고요한 풀 섶에솜털 보송한 노루귀 한 쌍아지랑이 봄바람 가녀린 줄기타고 와깊은 잠 흔들어 깨우니쫑긋, 놀란 듯 두 귀 세웠네,
옛 사람들은 김을 해우(海牛) 즉, 바다의 소고기라고 불렀다. 김은 식재료가 부족한 겨울철 귀한 식품 중 하나였다. 아침마다 밥상에 온 가족이 둘러앉으면 할머니는 부뚜막에 앉아 사그라져가는 잿더미 위에서 살짝 구어 낸 김을 하나씩 나눠주셨다. 밥상에 앉아서 김 한 장을 받는 날이면 가족들은 모두 날아갈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배급 받은 김을 여러 조각 나누어 밥술에 간장이나 김치 한 조각 얹어 먹었던 그 맛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겨울이 시작된 어촌마을 어귀에 전통방식 김 말리기가 한창이다.
욕심 많은 세상, 복잡한 일은 뒤로하고 추강(秋江)에 배를 띄우자.드리운 낚시에 고기 아니 물면 어떠한가. 무심한 달빛 가득 싣고 빈 배 저어오면 또 어떠하랴.
머물러있는 기억 속 어딘가에서 가을은 그리운 사연 모두 털어내고 낙엽 되어 속절없이 사라져 가고 있다. 달리(초현실주의 화가)의 그림 속 같은 靜과動 사이를 헤매며 시간의 행방을 좇아 떠나는 세월이 아쉽다.
마음을 뒤흔드는 허상의 것들이 나부끼는 바람의 표적이 되어 가슴에 부딪힌다. 순간 오버랩 되는 희미한 기억을 애써 더듬으면서 스산함이 머무는 들녘 한가운데 우두커니 섰다. 추수가 끝나가는 들녘마다 계절의 흔적들로 가득하다.
한 땀 한 땀 수놓듯 정성스레 새기는 손끝에서 오랜 세월 지켜 낸 장인의 정신을 엿보다.
달나라를 과학이 만들어낸 기술로 들여다본다. 그럴수록 아른거리는 옛이야기가 기억 저편에서 달떠온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인 정지승님의 사진 속에는 우리의 문화유산 및 산하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가득하고 삶의 현장을 통한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습니다. 현재, 잡지와 신문을 비롯한 여러 매체에 기고하고 있습니다.
‘너븐내’와 ‘사러리들’에 서린 역사와 인정차를 타고 해남 읍내를 벗어나 완도나 땅끝 방향으로 길을 지나다보면 삼산면으로 접어들 때쯤 탁 트인 들녘이 보이는데 이곳을 ‘사러리들’이라 불렀다. 두륜산 골들이 모여 드넓은 농토를 따라 ‘너븐내(삼산천)’를 이루어 내달리는 모습이 여기까지 역력하다.이곳은 한때 번성기를 누렸던 선인들의 문화가 찬란했던 반면에 일제강점기에는 수탈의 역사도 함께 따라다녔다. 백성들의 고단한 삶이 애환의 강물처럼 흐르고 흘러 ‘사러리천(현 송정마을 앞 하천)’을 적시면 번성기를 누렸던 그때의 회상들조차도 어느덧
모기 입이 비틀어진다는 처서(處暑). 이제는 불어오는 바람도 느낌이 다르다. 추수의 계절, 나는 또 어떤 결실을 맺고 있는가. 들판에 서서 묻는다. 아니, 들판이 내게 묻는다. 기쁨과 설렘으로 맞이하는 계절에 알알이 영글어 가는 곡식들을 보니 가슴 뿌듯하다. 시나브로 우리 곁으로 가을은 찾아오고 있다.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인 정지승님의 사진 속에는 우리의 문화유산 및 산하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가득하고 삶의 현장을 통한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습니다. 현재, 잡지와 신문을 비롯한 여러
넝쿨째 온 밭을 구르다 뙤약볕을 머리에 이고 갑옷 두른 듯한 호박들이 탑(塔)을 이룬다. 이층, 삼층, 사층 제각각 모양의 호박탑은 농부의 희망 탑이다.누렇게 익은 호박, 지나는 이들의 눈길을 붙잡고, 아이는 호박탑에 내려앉은 잠자리를 잡기에 마냥 신났다. 햇볕이 따가운 오후 들녘에는 호박들의 잔치가 탐스럽다.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인 정지승님의 사진 속에는 우리의 문화유산 및 산하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가득하고 삶의 현장을 통한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습니다. 현재, 잡지와 신문을 비
굽이굽이 인생길 살다보면 때로는 슬픔, 때로는 고통, 때로는 기쁨이겠지. 자연의 이치 따라 모든 게 곡선인 우리네 인생길. 그 길 따라 굽이굽이 돌다보면 푸른 바다와 함께 언젠가는 찾게 될 자유의 노래여.파도소리 물새소리 정겨운 빈 갯벌에 서면 그렇게 또 한줄기 길이 열리고 있다.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인 정지승님의 사진 속에는 우리의 문화유산 및 산하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가득하고 삶의 현장을 통한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습니다. 현재, 잡지와 신문을 비롯한 여러 매체에 기고하고 있습
장마가 시작되자 때마침 불어나는 냇물에 갇혀 발을 동동 구르며 애태우던 조선의 한 휴머니스트가 생각났다. 그래서 두륜산 곳곳에 그리움의 화신처럼 피어나는 초의(草衣) 장의순(張意恂;1786~1866)의 발자취를 찾았다. 두륜산에 가면 초의의 흔적들이 곳곳에 산재하다. 가련봉이 그렇고, 만일재가 그렇고, 정상에서 맞이하는 저 먼 바다와 들녘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들려주는 소근거림이 그렇다. 두륜산 곳곳에 아직 초의의 숨결이 살아있고, 이곳에서 만나는 자연의 모든 물색은 언제나 신선하다.두륜산 꿈길 따라 그리움이 ‘물씬’북일 삼성마을 지
더 이상 거친 울부짖음이 아니다.수많은 희생으로 지켜 온 강산, 겨레의 뜨거운 민족혼이 여기에 있나니 울돌목에 서면 붉은 심장이 뛰는 소리, 울려 퍼지는 함성과 수많은 고뇌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흐르고 미명의 시각, 명량의 거센 물살도 어느덧 보라빛 정적으로 잦아든다.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인 정지승님의 사진 속에는 우리의 문화유산 및 산하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가득하고 삶의 현장을 통한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습니다. 현재, 잡지와 신문을 비롯한 여러 매체에 기고하고 있습니다.
비가 내린다. 남부지역에 약속이나 한 것처럼 장맛비가 내린다. 산발적으로 쏟아지는 비 개인 오후, 구름 속 햇살이 고개를 내밀더니 여러 형상들이 반복되었다. 거칠어진 파도와 솔바람 소리, 해조음 들썩거리는 바람에 밀려 모든 흔적들이 사라지고 나면 바다는 잠시동안이라도 태양이 그리울 것이다.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인 정지승님의 사진 속에는 우리의 문화유
샛바람 밀려드는 동쪽 끝 내동 앞바다에 가면 비릿한 갯내음이 코끝에 먼저 스친다. 바닥을 드러낸 갯벌위로 모습을 보이는 작은 숨구멍들. 저 갯벌 가득히 무수히 꿈틀거리는 생명의 꿈들이 산다.갯벌에 길이 열리면 갯마을 사람들은 갯 트는 곳, 바람 가는 길이 살아가는 길임을 칠흙같은 갯벌을 더듬고 나서야 알았다.갯가의 온갖 생명들이 기고, 뛰고, 숨고, 먹고 먹히는 전쟁 같은 삶과 휴식을 치러내는 동안 생태의 텃밭에 오늘도 뻘배는 미끄럼을 타고 있다.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인 정지승님의 사진 속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