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소식하늘빛 그려진 고요한 풀 섶에솜털 보송한 노루귀 한 쌍아지랑이 봄바람 가녀린 줄기타고 와깊은 잠 흔들어 깨우니쫑긋, 놀란 듯 두 귀 세웠네,
달집태우기풍물패들 가가호호 걸립을 돌아 지신밟기를 해주고 땔나무와 짚단을 조금씩 거출했지. 상중(喪中)이거나 출산한 집, 부정한 가정은 건너뛰고 화목이 마련되면 달이 뜨는 맞은편 산날망이나 마을 앞에 달집을 짓지.긴 막대 서대 개를 움집 짓듯 원추형으로 세우고 그 꼭짓점을 묶으면 돼. 집 속에는 잘 타는 짚, 마른 나무, 생죽을 넣고, 바깥쪽에는 솔가지를 차곡차곡 쌓고. 그런 다음 이엉을 엮어 씌우고 칡덩굴이로 감았지. 달이 뜨는 맞은편에는 ‘달못’을 내고이윽고 날이 저물면 온 동네의 사람들이 달집 주변으로 모여들었지. 마침내 동쪽
매년 새 학년 신학기는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학교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학부모들은 막연한 불안감과 근심이 앞서는 등 신경이 쓰이는 때이며 이는 새로운 친구들과 어울리는 과정에서 따돌림이나 학교폭력을 당해 마음의 상처를 입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신학기 우리 자녀들의 학교폭력 피해 예방을 위해 살펴보아야 할 사항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첫째 자녀들이 학교에 비싼 스마트폰, MP3, 운동화 등을 소지한 채 등교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둘째 예전에 자녀들이 학교에서 불리는 별명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산은 우리에게 아름다운 마음을 심어주고 우리는 산에 희망찬 나무를 심는다. 봄철인 5월까지 크고 작은 산불로 가꾸어 온 산림이 불에 타 폐허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5년간 산불 발생의 원인을 보면 입산자 실화가 34%, 논․밭두렁 태우기가 19%, 농산 폐기물 태우기가 17%, 담뱃불 취급 부주의가 15%, 쓰레기 소각 부주의가 6%, 성묘객 4% 및 기타 5% 등 대부분 사람의 부주의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산불은 봄철에 82%가 발생하고 있다.요일별로는 토․일요일이 전체 산불의
다시 ‘마을’을 생각한다이지엽장욱진의 마을(A Village)에는 세 채의 집과 세 그루의 나무가 엇갈려 있다 그 사이로 해와 소와 개가 삼각형의 구도를 이루고 있다뾰족한 못을 여러 번 긁어 해를 그려넣었다아래쪽 집 두 채에 가득히 그려넣은 어린이 얼굴천진난만한 얼굴들이것이 마을이다. 그러니 마을은 사람이며 세계이며 작은 우주 아무리 작은 마을이라도 학교가 있고 스승이 있다칠판이 없어도 아이들은 배우고 상점이 없어도 먹을 것이 떨어지지 않는다간디의 마을 ‘스와라지’, 서로가 하나로 서는 자치, 자립의 마을 마을은 스스로 생명을 가질
1919년 기미 3·1일 독립만세운동이 일어난 지도 벌써 96년을 맞게 된다. 애국충절의 고장 해남에서도 항일 독립만세운동이 크게 일어났다. 그때 활약했던 애국지사님들을 소개하며 그날의 의미를 새겨보고자 한다.지강 양한묵 선생은 옥천 영신리 출신으로 이준열사 등과 함께 헌정연구회를 조직하고 1902년 손병희, 오세창선생등과 일본 동경에서 만나 동학에 입교한 후 서울에서 천도교 중앙종부를 결성해 무사, 좌부도사로 활동하다가 3·1운동 때 민족대표 33인으로 참여한 후,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갖은 고문을 당한 후 1919년 10월 서울
농촌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으로서 가장 아쉬운 점은 부족한 교육혜택이다. 학교 외에는 정규 교과목을 배울 수 있는 곳이 거의 없고 얼마 없는 보습학원들 또한 모두 읍에 위치해 있어 면단위 학생들은 평등한 교육적 혜택을 누리기 어려운 상황이다.화원면 역시 상황은 다를바 없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화원고등학교가 내놓은 프로그램이 바로 ‘교육기부’이다.교육기부는 학생이 선생님이 되어 나이가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하는 것이다. 화원고등학교는 화원중학교와의 연계를 통해 고등학생과 중학생을 1대1, 사제관계로 맺어준다.
심야시간 방화순찰 근무중에 길거리를 무작정 헤매고 다니는 치매노인을 발견해 집을 찾기위해 2시간동안 헤매다가 어렵게 집을 찾아 드린 일이 있었다.그 과정에서 아쉬운 점이 있어 몇 가지 당부를 하고자 한다. 거리를 무작정 헤매고 다니는 치매노인을 발견했을때 내 부모님이라는 생각으로 무엇보다도 친절하고 신속하게 처리해야한다.경찰지구대와 협조해 노인들의 인적사항과 전화번호를 파악한 뒤 순찰차량에 동승시켜 안내하지만 치매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사실에 난감할 때가 많다.연락처가 전혀 확인되지 않아 보호자가 찾으러 올 때 까지 지구대에서
설 이지엽설이라는 말에는 많은 뜻이 숨어 있지 삼가다, 섦다, 설다, 서다 무탈과 늙음 사이 새로움을 세우는 날 그 많은 뜻 담고 있으니 옛날에는 이레 전부터나 시작되었는데 종일 불 피워 조청을 고아내고 틔어온 튀밥으로 오방색 과를 만들고 하얀 김 설설 나는 가래떡을 대청에 널어꼬득해지면 종일 어깨 아프도록 썰어내고 마을 공터에선 부쩍 요란해진 뻥튀기 대포소리안에서는 휘두두둑 장작불 튀는 소리부꾸미와 전을 부치는 소리 고 고소하고 달달한 냄새 모락모락 뽀얀 김에 안까지 잘 안 보이던 정지를 자꾸 훔쳐보기도 하다가 어른들은 설날 아침
20대로 돌아간다면? 단언컨대 돌아가고 싶지 않다. 시대상황에 짓눌리고 번민 속에 헤맸던 그때보다 지금이 더 좋다. 꿈꾸었던 욕망은 모조리 이기적인 것이 되어 입 밖으로 내뱉지도 못했던 시절이라 나는 늘 답답했다.그런데 얼마 전 우리 집에 놀러온 조카들을 보며 청춘이 얼마나 설레는 이름인지 알게 되었다. 꽃피는 청춘의 봄날이 다시 온다면 근사하게 살아보고 싶을 만큼 그들은 눈부셨다.올해 28살인 내 조카 솔이는 서울에서 외국계 회사에 다닌다. 대학을 졸업하기 전 휴학을 하고 미국인 집에 보모로 들어가 1년을 살았다. 유학이니 어학연
해남 고구마 이지엽 요것이 좋은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여야 키우는 것도 징하게 간단하다이 씨고구마를 습하고 따뜻한데 심그믄 한달 후에 싹이 나오는디 그 싹 계속 잘라내면 이 싹을 잘라 땅에 심는 거여 뿌리가 내릴 때는 가뭄이 들면 안 되지만 물이 많아도 금방 썩어부니 조심혀야 혀 서리 내리기 전까지 그냥 걷어내믄 돼 의가 좋아 이놈들은 하나 나오면 줄줄이 따라나오지 않든?무지방에 칼륨인가 뭔가도 풍부 하단마다 변비에도 그만이고 말려 먹으면 쫀득하고 달고 소녀시대 서현이도 너무 좋아해 손발이 노랗게 변했다카드라 요게 다 좋은디 좀 먹었
불교에는 도반, 법우라는 말이 있다. 수행의 길을 함께 걷는 벗, 친구 쯤 되는 말이다. 마음 수행을 하려면 바른 가르침과 올곧은 스승, 그리고 힘들고 먼 길 함께 가며 동무가 되어줄 벗이 필요한 법이다. 어디 수행뿐일까. 고단한 인생길에도 이 세 가지가 있다면 금상첨화일 거다.간절하게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수행을 해야겠다.’ 마음속에서 요동치는 목소리가 들릴 때 쯤 해남에서 법륜스님 법문이 있다고 했다. ‘내 마지막 스승은 법륜스님이다.’ 떡 줄 스승은 안중에도 없는데 나 혼자 그리 작정하고 있던 터라 쾌재를 불렀다. 그
옛 사람들은 김을 해우(海牛) 즉, 바다의 소고기라고 불렀다. 김은 식재료가 부족한 겨울철 귀한 식품 중 하나였다. 아침마다 밥상에 온 가족이 둘러앉으면 할머니는 부뚜막에 앉아 사그라져가는 잿더미 위에서 살짝 구어 낸 김을 하나씩 나눠주셨다. 밥상에 앉아서 김 한 장을 받는 날이면 가족들은 모두 날아갈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배급 받은 김을 여러 조각 나누어 밥술에 간장이나 김치 한 조각 얹어 먹었던 그 맛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겨울이 시작된 어촌마을 어귀에 전통방식 김 말리기가 한창이다.
바다의 옷 -지주식 돌김 이향용 氏햇살과 바람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바다 농사꾼 김발에 파래일면 김농사 엎는 법인데 그래서 염산(鹽酸)을 뿌리는 법인데 애들 밥상에 바다 농약인 염산을 뿌리는 것이 께름칙해 그냥 말장을 박아 김발을 매단다하루 두 번 씩 물이 들면 김발은 잠기고 물이 나면 김발은 햇볕과 바람을 받는다9월에 김 씨를 붙이고 11월 요맘때가 절정이지라우 김이 물에 있을 때 참 이쁘요 할랑할랑하게 꽃송이처럼김은 바다의 옷해의(海衣)다 전라도에선 해우라 부르는데해우(海牛)라 그럼 바다의 쇠고기! 그럴 법도 하다김발이 물에 닿아
행복, 지극히 추상적인 그 말은 경험의 과정을 거치면 구체성을 띤다. 우리 집 두 녀석이 유치원 다니던 무렵, 한 이불 속에서 이야기 나누다 꿈길로 떠나곤 했던 기억이 내겐 행복의 순간이었다. 재잘거리다 깔깔대고,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다 흥얼거리기도 하면서 ‘어여 자자.’ 같은 말 몇 번씩 반복하다 까무룩 잠 속으로 빠져들던 그때.“엄마, 오늘 이야기는요?”밤마다 새 이야깃거리를 장만해야 하는 게 귀찮기도 하고, 끝없이 불러달라는 자장가에 입에서 단내가 났지만 생각하면 그게 다 행복이었던 거다. 아기 땐 얼른 커서 눈 마주치며 이야
여름 끝자락을 붙잡고 겨울이 찾아온 듯하다. 가을은 점 하나 찍고 떠나갔다. 겨울 채비를 서둘러야할 때다. “창문에 뾱뾱이 (에어캡) 붙이자.”아침 밥상을 물리자 남편은 준비물을 챙기기 시작한다.“제가 보조할까요?”“당연한 말씀.”오늘도 두 부자는 환상의 콤비다. 환이가 분무기로 물을 뿌리면 남편은 에어캡을 붙인다. 크기가 맞지 않는 것들은 자와 칼로 재단을 해 잇대어 붙여야 한다.“자랑 칼 준비!”“넵! 자칼(자와 칼) 대령이오!”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다. 그런데 진도가 더디다. 꼼꼼쟁이 남편은 뭐든 대충하
하늘 그물 누가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늘 그물 펼쳐놓았는가 휘어졌다 펼쳐나가고 나간 듯 조여들어 시시각각 변해가는 천애무변의 하늘 그림자수십만 마리 가창오리떼가 펼치는 이 화려한 군무 둥기둥 튕기는 선율과 떨리는 탄력의 저 파동 신의 손으로 빗은 고저와 깊이를 잴 수 없는 아, 아득하고 오래된 노래끝 간 데 없는 오십만 평 갈대밭 머리 황새도 저어새도 후미에서 후득이는 평화와 황금 물빛 물고 나는데 고천庫千이라 천 개의 창고를 곡식으로 채우고도 남을 저 달빛이항적도 뱃고동도 없이 배 한 척을 띄우네 고천암방조제(庫千巖防潮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10일 타결됐다. 이번 한·중 FTA에서 쌀은 협상대상에서 제외됐고, 고추·마늘·양파·배추·당근·무·오이 등 주요 채소류와 열매채소류도 대부분 양허 제외됐다.일부에서는 주요 채소류 등 예민한 품목이 양허 대상에서 제외돼 선방했다고 평가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농업 분야의 피해가 우려되는 것이 현실이다.한국과 중국은 지리적으로 가까워 농산물의 생산 종류와 소비 패턴이 매우 유사하다. 최근 중국의 노임과 자본용역비 상승에 기인해 한·중 간 밭작물 생산비 격차가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의 밭작물
신발 한 컬레 사립문도 똥개도 없는 집창호지를 갓 바른 방문에는 숟가락 하나 꽂혀 있다그냥 닫아만 두믄 유재 와서 맥없이 지달리기도 하니께… 가져갈 건 암긋도 읎어댓돌 위엔 잘 닦인 하얀 고무신 한 컬레영감은 몇 해 전 떠났어자는 듯이 갔어 더 살믄 좋은 디 여든은 넘었으니 마치 맞게 간 거여 나 혼차 살어 쪼간은 섭섭해 그 양반 즐겨 신던 하얀 고무신 거기 논거여창호문에 붉으레한 단풍잎 서넛 박혀 햇살이 어룽거린다햇살도 이런 날은 고무신에 앉아 해찰부리다가 할머니 손등에 내려 어리광 부리다가 조금 늦게 가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 맞다. 10년 넘게 소식 없던 사람의 연락을 받으면 긴장부터 한다.“잘 살지? 수술하고 쉬는 중이야.”불쑥 걸려온 친구의 전화에 말문이 막혔다. 짐작대로 암이라고 했다.“궁금하고 또 보고 싶어서.”죽음 언저리를 서성이게 되면 추억속의 벗이 떠오르는 건 인지상정인가 보다. 아마 나도 그럴 것 같다.요 며칠 젊은 나이에 삶을 마감한 사람들 이야기가 자주 들려온다. 가수 신해철의 갑작스런 죽음. 이탈리아 취재 중 심장마미로 운명을 달리 했다는 한겨레신문사의 구본준 기자. 모두 내 또래의 사람들이다. 같은 시대를